정규직 임금의 37%…파견·용역근로도 증가세
일거리가 있을 때만 가서 일하는 ‘호출근로’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1년 새 18만명이나 늘어 84만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 861만명 가운데 5.3%에 해당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12일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년 동안 고용형태별 비정규직의 증감추이를 분석했더니 ‘호출근로’가 17만9천명 늘고 파견근로와 용역근로도 각각 4만명과 9만명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반면 임시·계약직 등 기간제 근로의 경우, 12만명이 줄었다.
‘호출근로’에는 가사도우미나 간병인, 건설일용직 등을 비롯해, 필요할 때마다 가서 며칠씩 혹은 몇주씩 일하는 고용형태가 모두 포함된다. 호출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37.3%로, 비정규직 평균인 50.1%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용역근로(42.8)보다도 뒤진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건설업, 농림어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피하려고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필요한 인력을 호출근로로 조달하는 전근대적 관행으로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노동사회연구소는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861만4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명 늘어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54.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통계청은 비정규직 규모가 지난해보다 24만6천명이 증가한 570만3천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35.9%로 밝힌 바 있다.
이런 차이는 정부가 한시적 근로, 파견·용역·가내·호출·특수형태 근로, 시간제 근로 등만 비정규직 범주에 넣고 있는 반면, 노동계와 노동전문 연구기관 등에선 사실상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장기 임시근로’(308만2천명)를 포함시켜 집계하기 때문이다. ‘장기 임시근로’에 속한 노동자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8만명이 저임금 계층(시간당 임금 4776원 미만)에 해당되며,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수도 61만명에 달한다.
이런 통계 방식의 차이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을 분석하는 대목에서도 엇갈린 평가를 낳고 있다. 노동사회연구소 쪽은 “올 6~8월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이 50.1% 수준으로 지난해 8월 51.3%보다 더 하락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 쪽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 63.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가 늘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개선됐다고 말했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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