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 놓고 5개월째 노사갈등·사회적 비판 들끓는데…
포항 홈에버 용역·파견 일색…노조, 개점저지 경고·천막농성
비정규직 집단해고와 장기파업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이랜드그룹이 기존 노사 갈등은 방치한 채 다시 열악한 처우의 비정규직만을 대거 고용해 신규점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이랜드일반노조는 “유례 없는 비정규직 양산”이라며 신규 점포 개점을 저지하겠다고 나섰고, 뉴코아노조는 ‘명동성당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이랜드를 규탄하고 매장 앞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이랜드일반노조는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랜드그룹이 이달 29일 홈에버 포항점 개점을 앞두고 낸 채용공고를 보면, 계산원 등 점포에서 근무할 직원 대부분을 단기계약 및 용역, 파견 노동자로 뽑고 있다”며 “정규직은 신규 채용이 전혀 없고, 본사나 다른 점포에서 이동한 관리자들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비정규직 고용안정에 대한 노조의 요구를 5개월째 외면하면서, 되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사회적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회사 쪽의 홈에버 포항점 개점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홈에버는 “기존 점포 (비정규직 직원의) 용역 전환 등은 노조와 협의해야 하지만, 신규 점포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다른 경쟁업체의 (신규 점포) 운영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반박했다. 또 “농·축·수산코너 등 전문 직종 분야는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뉴코아노조 박양수 위원장 등 간부 2명은 최근 회사 쪽이 노조와 협의 없이 서울 강남점을 매각한 데 항의하며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박양수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돌아갈 일터마저 팔아버렸다”며 “비정규직 고용보장 등 노조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매장 타격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뉴코아는 지난 14일 강남점 매각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통해 “노조의 장기파업과 불법행위로 경영상 큰 어려움을 맞게 돼 부득이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며, 매각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한편, 노사갈등 해결의 열쇠를 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지난달 3일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뒤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달 중순께 박 회장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던 이랜드 쪽은 박 회장의 귀국 일정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상임위를 열어, 지난달 23일과 이달 2일 열린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박 회장을 두고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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