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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 잇단 ‘의문의 백혈병’

등록 2007-11-20 21:00

20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본부·다산인권센터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연 뒤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20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앞에서 민주노총 경기본부·다산인권센터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연 뒤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기흥공장 10년새 7명 숨져…유해물질 흡입 의심
회사는 “개인 질병이니 알아서” 산재 인정 안해
“죽은 딸아이의 동료들은 입을 꾹 다물고, 삼성전자는 ‘큰 회사를 상대로 싸울테면 싸워보라’고 나오니 우리 아이의 억울한 죽음은 누가 밝혀준단 말입니까?”

지난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23)씨의 아버지 황상기(53)씨는 20일 딸이 일했던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정문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딸의 죽음과 관련해,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13곳)로 구성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다.

2003년 10월 기흥공장에 입사해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불산·황산암모늄 등 화학물질 혼합물에 담갔다가 빼는 ‘세척작업’을 담당했던 유미씨는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휴직 뒤 골수 이식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던 이듬해 8월, 유미씨는 ‘2인 1조’로 옆에서 일했던 ㅇ씨 역시 백혈병이 발병해 두 달 만에 숨진 것을 알게 됐다. 얼마 뒤 회사 관계자는 유미씨를 찾아와 퇴직서를 받아갔다. 그리고 올해 3월 유미씨는 세상을 떠났다. 같은 라인의 노동자 2명이 7개월 사이 백혈병으로 잇따라 숨진 것이다.

황씨는 딸이 숨진 이유를 파헤치려 했지만, 작업환경을 증언해 줄 유미씨 동료들은 “할말이 없다”며 연락을 피했고, 회사 관계자는 “개인 질병이니 산업재해 신청은 마음대로 하라”고만 했다. “공장 안이 몹시 더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으며, 마스크를 벗고 일하다 혼난 적이 있다”는 유미씨의 말로 미뤄, 유해물질 흡입이 의심됐지만 ‘증거’가 없었다. 유미씨 주치의가 “장기간의 화학물질 노출이 발병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밝히고, 97년 이후 기흥공장에서 엔지니어·사무직 등 6명이 백혈병으로 숨진 사실도 알아냈지만 산재로 인정받을 결정적인 근거가 되지는 못했다.

지난 6월 황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신청을 했고, 9월엔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관계자는 “백혈병 유발물질로 알려진 벤젠 등 화학물질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상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위 이종란 노무사는 “산재보험법의 관련 규정·판례 등에 따라, 질병이 업무상 요인에 의해 발병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되기 전에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투명하게 밝히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2만7천명이 일하는 기흥공장의 백혈병 발병률은 우리나라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한 라인에서 일하는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 백혈병에 걸린 건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이 회사 총무팀 박아무개씨가 언론사 기자를 사칭해 현장을 촬영하다 들통이 나기도 했다.

용인/황예랑 홍용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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