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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부산항운노조 비리’ 수사현황·대책

등록 2005-04-10 21:41수정 2005-04-10 21:41



전·현 위원장등 16명 줄줄이 구속
사이비 노조 와해속 개혁의 ‘싹’

부산지검의 부산항운노조 비리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부산지검은 10일 현재까지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16명을 구속했으며, 오민웅(64) 전 노조위원장 등 5~6명을 추가로 구속할 방침이다. 비리의 온상이었던 부산항운노조 집행부는 사실상 와해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노조 간부들의 조합원 상대 금품수수와 노조 공금 횡령 등은 너무도 뿌리깊고 넓어,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할 만큼 비리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부산을 시작으로 인천, 울산, 포항, 제주 등 곳곳에서 묻혀 있던 항운노조 비리도 드러나 수사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를 계기로 전국항운노조연맹과 한국노총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체 개혁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 관계기관들도 항운노조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평조합원들로 구성된 항운노조 민주화 쟁취본부가 생겨나는 등 밑으로부터의 개혁 움직임도 싹텄다.

그러나 일부 항운노조 간부들은 “조금만 더 견디면 다시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며 여전히 버티고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끝나면 옛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합원 상대 금품수수=항운노조는 노조에 가입해야만 채용될 수 있는 클로즈드숍 체제로, 채용 등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노조 간부들은 이 권한을 악용해 노조에 가입하거나 승진하려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1인당 500만~3000만원의 이른바 ‘조직비’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받은 노조 간부는 조직비의 일부는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는 상급자에게 상납해, 최종적으로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했음이 밝혀졌다.


노조 공금 횡령=항운노조 간부들은 각종 공사를 발주할 때마다 공사비를 부풀려 공사대금의 20%를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항운노조는 기계식 부두 운영사들이 기계식 부두 개장 때문에 일감이 줄어 수입이 줄게 된 재래식 부두의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에 전달한 노임손실보상금으로 대부분의 공사를 발주했다. 결국 조합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이 노조 간부들의 배를 채우는 데 들어간 것이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상용제로 단계적 전환 대안 떠올라

대형부두부터 도급제 없애고 실직자 보상 병행 필요

부산항운노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제 남은 문제는 부산을 포함한 전국 항운노조의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항운노조 비리를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부두 노동자들의 고용방식을 “노조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다”는 기존의 도급제를, 부두운영사나 하역업체가 고용해 상시 관리하는 상용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항운노조의 노무공급권 독점, 클로즈드숍 체제, 불투명한 회계 등의 문제는 2007년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되면 노조끼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의 직선제 선출, 조합원의 노·사 공동 공개 채용 등의 과제는 최근 전국 항운노조가 자체 개혁방안으로 내놓았을 정도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부두 노동자들의 고용방식을 상용제로 바꾸는 것은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소규모 재래식 부두는 계절별 물량 변화 등 이른바 ‘파동성’이 심해 당장 상용제로 전환하기가 어렵다. 감귤 수확기에는 일손이 모자라지만 이때를 제외하면 일감이 거의 없는 제주 지역 부두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모든 부두에 상용제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정하되 항상 일정 물량이 확보돼 파동성이 적은 대규모 부두부터 먼저 상용화하고, 소규모 재래식 부두는 차츰차츰 전환하는 단계적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선한승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랜 역사를 지닌 도급제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규모 항만부터 상용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클로즈드숍 등 나머지 문제들은 복수노조 도입을 계기로 당연히 개선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며 “노·사·정은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부두 노동자가 얼마나 되며 이들이 정년을 맞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지를 서둘러 파악하고 이에 따른 보상 방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주 경남대 강의전담 교수도 “모든 부두의 완전 상용화는 최고 3조원의 보상금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기 때문에 소규모 재래부두는 미뤄두고 가능한 곳부터 단계적 상용화를 해야 할 것”이라며 “상용화에 따른 적정인력을 파악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임금을 받는 일부 중간간부 등 잉여인력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전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상금은 정부와 하역회사·부두운영사 등이 공동 부담하되 지금껏 구조조정을 미룬 채 부두운영사에서 받은 노임 손실 보상금을 엉뚱하게 사용한 노조도 부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항운노조 일부 집행부는 조합원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 “상용제는 곧 조합원의 무더기 실직과 노조 공중분해 사태를 낳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국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조가 노무 공급권을 갖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노조 집행부가 노무공급권을 공명정대하게 운용하지 않고 영향력을 부정하게 행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며 “항운노조 비리의 원인은 제도가 아닌 제도를 악용한 사람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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