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의 투표로 지지 후보를 정하는 한국노총의 ‘대선 후보 정책연대’가 자칫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한 명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29일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약속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노총이 지난 28일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두고 조합원 투표를 시작한 지 하룻만에 나온 결정이다. 통합신당의 이런 결정은 현 시점에서 조합원 투표로 한국노총이 정책연대 후보를 정할 경우 지금의 일반 여론조사 지지율을 그대로 반영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통합신당은 지난 26일 한국노총에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정 후보의 연루 의혹이 밝혀질 예정인 다음달 5일 이후로 투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에 의해 거부된 바 있다.
여기에 이회창 후보까지 29일 이날 정 후보와 마찬가지 이유로 “투표 기간 연기”를 공식 요청해, 한국노총은 한층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투표 연기를 놓고 비공식 내부 논의를 한 뒤 “투표 기간 중에 정책연대 확약서 철회는 인정할 수 없다”며 투표 강행을 확인했다.
앞서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지난 23일 열릴 예정이었던 ‘후보 간 방송토론’도, 이명박 후보 쪽이 갑자기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어느 정당이 노동운동의 정책적 요구에 가장 가까운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조합원 투표로 지지후보를 선정하면 자칫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애초 내세웠던 정책 요구는 실종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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