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늪 부산항운노조 (중) ‘비리 뿌리뽑기’ 어떻게
여론 뭇매뒤 직선제 도입 불구 조직 민주주의 형식에 그쳐
“잡음 적은 인천·평택항처럼 상용화 늘려야 노조 바뀔 것”
여론 뭇매뒤 직선제 도입 불구 조직 민주주의 형식에 그쳐
“잡음 적은 인천·평택항처럼 상용화 늘려야 노조 바뀔 것”
‘조직 민주주의의 실종’과 ‘비리의 구조화’.
끊임없이 비리 문제가 불거지는 부산항운노조의 조직 운영체계 등을 연구한 백두주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운수노동정책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항만하역 산업분야의 노조민주화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부산항운노조는 계파별 ‘파벌주의’에다 친인척을 핵심 요직에 배치해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족벌주의’까지 덧붙여져 최악의 조합을 이뤄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항운노조는 친인척 관계로 얽히고설킨 독특한 조직이다. 이유덕 현 노조위원장의 동생은 지부장과 총무부장, 매형은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전임 오문환·오민웅 위원장의 친인척 십여 명도 현재 노조에서 부위원장, 부장, 지부장 등 ‘요직’에 있다. 수십년 동안 노조 위원장, 지부장이 채용 권한을 독점해 조합원들을 뽑아온 결과다.(친인척 계보도 참고)
대부분 금품을 주고 들어온 조합원들은 본인도 비리와 관련돼 있다 보니, 오히려 노조를 감싸며 취업 비리를 ‘오랜 관행’이라고 묵인해 주는 분위기다. 때문에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쉽게 바뀌겠느냐”, “이미 재판받은 사람들을 노조가 굳이 또 징계할 필요 있느냐”는 일선 조합원들의 반응도 흔하다. 지부장 선거가 직선제로 바뀐 뒤에도 2005년 비리 사건 연루자들이 다시 지부장으로 선출된 데에는 이런 분위기가 한몫했다.
조합원 ㅂ씨는 “규약만 달라졌을 뿐 현장 조합원들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아 아래로부터의 자정 능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직선제 이후 조합원들은 파벌에 따라 ‘줄서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2005년 노조 간부들의 대규모 구속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부산항운노조는 직선제를 처음 도입해 ‘조직 민주주의’를 꾀했다. 그러나 조합원 ㅇ씨는 “윗선에서 한 개혁은 ‘형식’에 그쳤을 뿐”이라며 “징계를 당해도 소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여전히 지부장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폐쇄적인 운영방식은, 얼마 전 개설된 노조 홈페이지에 실명이 아니면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한 데서도 드러난다.
일부에선 “상용화가 전면 확대되고 항운노조의 노무 공급권이 없어지면, 자연히 노조 구조도 개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양수산부 항만운영팀 관계자는 “항만 분야에 100% 상용화가 이뤄진 인천·평택항은 부산에 비해 잡음이 적다”며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한 조합원은 “복수노조가 허용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복수노조’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백 교수는 “99년 말 신선대·우암 부두 파업 때 회사가 민주노총 대신 항운노조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타협안을 내놨던 예로 볼 때, 정부·하역회사·노조 간 담합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100년 넘게 무파업 전통을 이어 온 항운노조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방식을 정부가 묵인해 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 조합원은 “복수노조가 허용돼야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복수노조’로 가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백 교수는 “99년 말 신선대·우암 부두 파업 때 회사가 민주노총 대신 항운노조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타협안을 내놨던 예로 볼 때, 정부·하역회사·노조 간 담합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100년 넘게 무파업 전통을 이어 온 항운노조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방식을 정부가 묵인해 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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