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단식농성 돌입…코레일 “법적 구속력 없어”
코레일(철도공사)이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법원의 판결이 27일 나왔다. 하지만 코레일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밝혔고, 승무원들은 네 번째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27일 지난해 2~3월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사복투쟁’과 ‘불법파업’을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민세원(34) 철도노조 케이티엑스 열차승무지부장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며 민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민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유통(현 코레일유통)과 맺은 근로계약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와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수당 등을 받아 공사는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철도유통은 철도공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그 경영진이 모두 철도청이나 공사 간부 출신이며 △공사가 여승무원들의 복장이나 용모, 업무수행 방법 등을 자세히 정했고 △채용 때도 철도유통과 공사가 긴밀히 협의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앞서 노동부는 두 차례 조사를 통해 △케이티엑스 승무원은 ‘적법한 도급’을 통해 고용됐으며 △공사가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진 변호사는 “케이티엑스 승무원 고용 문제의 본질을 밝힌 법원의 첫 판결”이라며 “공사의 사용자 지위를 법원이 인정함에 따라, 핵심 쟁점이었던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는 판단도 다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법원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로 볼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지난달 나온 법원의 또다른 유사 사건 판결에선 공사가 승무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티엑스와 새마을호 승무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철도공사가 역무계약직 채용과 관련한 노사합의를 서명 직전 갑자기 철회했다”며 단식 농성을 다시 시작했다.
박현철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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