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 보워터코리아 ‘노조 와해 시나리오’ 파문
노조, 회사쪽 문건 폭로…회유 전술 등 구체 서술
회사 인사팀장 “개인적 고민 정리한 자료일 뿐”
회사 인사팀장 “개인적 고민 정리한 자료일 뿐”
다국적 기업 보워터의 한국법인인 보워터코리아가 노사 임금협상의 목표를 ‘노조 집행부 교체’로 삼는 등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마련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사진)이 공개됐다. 보워터는 미국에 본사를 둔 제지업체로, 국내에선 신문용지를 생산해왔다.
민주노총과 보워터코리아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2002년부터 노조 와해를 시도해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300개가 넘는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며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조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2007 성공적 임금협상을 위한 관리자 워크숍’ 자료를 보면, ‘임금협상 필승 전술’로 ‘노조 요구안을 무시하는 물타기 전술’, ‘반집행부 세력 확산 전술’, ‘노조 내부 분열 전술’ 등을 들었다. 또 ‘임금협상에서 얻어내야 할 것’에는 ‘노조가 굴복하면, 노사평화 선언과 구조조정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자료는 지난해 7월 초 회사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노조 쪽은 밝혔다.
‘10월12일 조합 임시총회 관련, 대응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회사가 제시한 2.4%(호봉)를 수용할 경우, 현 노조 집행부가 눌러앉게 된다”며 “노조 집행부에게 보다 큰 자극을 주어 (상황) 변화가 오는 여건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목표가 노조 집행부 교체”라며 △노조 대표를 경영활동 방해 행위로 고발하고 △회사가 ‘연말 성과급 삭감’ 수정안을 제시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 방안을 열거했다.
이 밖에도 ‘MBN 관리’라는 자료를 보면, 전 직원을 M(모범), B(보통), N(Not)으로 구분해 친회사 성향을 보이는 M의 비율을 현재 5.5%에서 10%까지 올리도록 하고, 이를 위해 가정 방문과 팀 내 지도 등을 실행하도록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또 이런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팀장 확인 후 법인카드를 사용”하도록 했다.
노조 쪽은 “지난해 임금교섭 기간 중에 발생한 노쪽 교섭위원 두 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건과 관련해서도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심판과장으로 하여금 3명의 심판위원 선임 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의 메모가 발견됐다”며 “외부기관에도 압력을 넣어 전방위적으로 노조를 압박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워터코리아의 박상문 인사팀장은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 문건이 아니며, 인사·노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개인적 고민을 정리해 놓은 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조에 대한 사용주의 지배 개입은 부당 노동행위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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