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노위 “평시 80% 유지”…파업권 제약 논란
노조 “파업하지 말라는 거냐” 거센 반발
노조 “파업하지 말라는 거냐” 거센 반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31일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출근시간대에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정상 운행해야 한다는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노조는 “과도한 파업권 제약”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전문가들도 “직권중재 제도를 폐지한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노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법 개정으로 노조의 파업권을 사전 제약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직권중재제도가 올해부터 폐지되고 대신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필수업무를 유지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필수업무 유지 수준과 필요 인원은 노사가 자율적인 협정을 통해 정하도록 했지만, 자율교섭에 따른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
이날 서울지노위는 공사 쪽의 필수유지업무 결정 신청에 대해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에는 평상시처럼 지하철을 정상 운행하도록 하고, 다른 시간대는 평상시 대비 79.8%로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일요일에는 운행 수준을 평상시 대비 최소 50%로 유지하도록 했다. 지노위는 “전체 노조원 5796명 가운데 필수유지업무 인원 2081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 3715명은 합법적으로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병근 노조 승무지부장은 “파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반발했다. 박상도 노조 정치위원장도 “파업을 준비하면서 합법 투쟁을 신중하게 고려해왔다”며 “지노위 결정을 따르면 파업이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어 (지노위가) 노조에게 불법파업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 쪽은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정상 운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김택균 도시철도공사 홍보실장은 “필수유지업무를 승무 분야에선 100% 요구했지만 79.8%로 줄어들어 힘들게 됐다”면서도 “대체인력 등을 확보하고 있어 정상운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문대 변호사는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원칙적으로 파업권은 보장하되 최소한의 필수업무를 유지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번 지노위의 결정은 과도하게 파업권을 제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어떤 업무가 필수 업무이며 어느 정도까지 유지돼야 하는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시간대를 설정하고 이 시간대에 운행을 100% 유지하라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의 송범식 조정과장은 “필수유지업무 결정을 내린 첫 사례여서 다각도로 판단해 결정을 내렸다”며 “퇴근시간대는 이동이 분산돼 있어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출근시간대 운행만큼은 유지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노사 양쪽은 서울 용답동 본사에서 밤늦도록 교섭을 벌였지만 양쪽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해 진통을 겪었다. 노사는 △2010년까지 10% 인원 감축 △정원 3분의 1 전환배치 △단체협약 개정 △임금 인상률(노 7%, 사 2%) 등에서 이견을 보였다. 1천여명의 노조원들은 이날 서울 고덕동 차량기지에서 파업전야제를 열었다. 황보연 이정훈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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