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8일 전국여성노동자대회
10년 넘게 르네상스호텔 객실관리부에서 정규직으로 일해 온 이옥순(53)씨는 2001년 말 호텔의 구조조정으로 용역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원치 않았지만, 실업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른 길이 없었다. 하지만 용역업체로 옮기자 일은 더 많아졌고 임금은 1년 만에 절반으로 깎였다.
억울한 마음에 노조를 결성한 이씨는 2004년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까지 받아냈지만, 결국 2005년 말 용역업체는 폐업을 해 버렸다. 복직을 요구하며 르네상스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씨는 4일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기업의 불법파견에 대해선 왜 눈을 감고 있느냐”고 한탄했다.
이씨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장기간 파업 또는 시위를 벌이는 여성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9개월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그룹의 여성 노조원들이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장기간 농성을 벌였던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이 대표적이다.
민주노총은 4일 오전 ‘3·8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전체 여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66.3%(441만명)에 이르며, 남성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100이라 할 때 여성 비정규직은 39에 그친다”며 “여성노동자들 대다수가 불안정한 노동과 사회 양극화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새 정부가 저임금 일자리 확대를 통한 경제성장만 운운하고 있어 여성 노동자 고용의 질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며 △차별 없는 일자리 보장 △성별 임금격차 해소책 마련 △출산·육아에 대한 사회 책임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8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간접고용 반대 등을 촉구하며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연다. 이에 앞서 5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외환위기 이후 취약계층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돼 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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