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국정과제…노동부 “노사정 합의 거쳐 진행”
노동계 “질낮은 일자리만 창출…직업 양극화 심화”
노동계 “질낮은 일자리만 창출…직업 양극화 심화”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기간의 제한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연령을 현행 55살에서 50살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시장 중심의 기업 친화적 해법’이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지난달 초에 작성한 국정과제 자료를 보면,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진계획으로 ‘(2년으로 돼 있는) 기간제·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예외 연령을 50살 이상까지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인수위는 지난달 5일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이런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고 ‘고령자 일자리 창출’의 제목만 발표했다.
현행 비정규직법에는 비정규직을 2년을 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사용기간 제한 예외 연령이 55살 이상으로 돼 있어,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기준 연령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향후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때 다른 사항들과 함께 검토한 뒤, 노사정 합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사용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 연령이 50살로 낮춰지면, 질 낮은 비정규직만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8월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50~54살인 임금노동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정규직이 11만4천명인데 견줘 비정규직은 43만8천명에 이르고, 남성도 정규직(49만3천명)과 비정규직(36만3천명) 규모에 큰 차이가 없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국내 고령자들은 다른 나라에 견줘 취업자 비중이 크고 그 가운데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비정규직법을 완화하려는 것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박영삼 한국노총 대변인도 “이미 55살로 비정규직법에서 예외가 되는 연령 조항을 도입하는 데 동의한 것은 고령자의 취업을 촉진한다는 주장 때문이었는데, 이를 다시 50살로 낮춘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기업의 외주용역화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선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다시 비정규직만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의 비정규직법 개정 방안을 담아 노동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노동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파견허용 업종을 현행보다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서면자료를 인수위에 제출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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