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직, 밀린 임금 항의하다 폭행당해 숨져
건설노조 “고질적 관행 외면탓”
건설노조 “고질적 관행 외면탓”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임금 지급 유보 관행(이른바 ‘쓰메끼리’)이 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노동계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에서 이윤만 좇는 건설자본과, 체불 임금 문제를 외면하는 노동부가 빚어낸 예고된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6일 “강릉의 한 건설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던 이아무개씨가 지난 21일 임금 450만원의 체불에 항의하던 중 시공업체 현장소장에게 폭행당해 사흘 만에 숨졌다”며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하청업체가 임금 지급 약속을 여러 차례 어기고 말을 바꾸는데도 이를 제재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가 일하던 건설 현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노동자 40여명의 임금 2억여원이 체불된 상태다.
이런 건설 현장의 임금 체불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뿌리 깊은 관행이다. 발주처가 한 달 단위로 진척된 작업 물량에 따라 원청업체에 공사 대금을 주고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에, 그 ‘최하층’에 있는 일용직 노동자는 임금을 한두 달씩 늦게야 받기 일쑤다.
앞서 지난 21일 건설노조 경기지부는 “판교택지지구 안 주택공사 건설현장 실태를 조사해 보니, 평균 30~45일치 임금이 유보금 명목으로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며 임금 지급을 40일 넘게 미룬 전문건설업체 3곳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근로기준법엔 매달 1회 이상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주도록 돼 있다. 김미정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2005년 건설교통부의 ‘건설근로자 민원센터’ 통계에 임금 체불 민원이 97.4%였을 만큼 심각하다”며 “그런데도 노동부는 ‘명절 대비 체불 임금 청산 대책’ 따위로 생색만 낼 뿐, 사업주 처벌 등에는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심규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불법 하도급 때 상위 업체가 임금 지급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 건설노동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법이 바뀌었지만, 워낙 오래된 관행인데다 노동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 게 문제”라며 “최저가 낙찰제가 확대되면, 공사비를 낮추려는 건설업계 속성에 비춰 임금 체불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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