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취하·협력업체 고용보장
삼성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1년 가까이 원직 복직을 외쳐 온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이 ‘새 일터’로 돌아가게 됐다.
삼성에스디아이(SDI) 부산공장의 사내 하청기업인 하이비트 노동조합은 31일 “삼성에스디아이 협력업체에 고용되는 것을 보장하고 노조와 관련한 모든 민·형사상 고소·고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지난 28일 회사 쪽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하이비트 노동자 17명과 또다른 사내 하청기업인 그린전자의 노동자 7명 등 모두 24명이 복직을 약속받았다. 이들은 원래 일하던 회사가 폐업해 원직으로 복직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삼성에스디아이 협력업체 등에 고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노조가 오랜 싸움 끝에 삼성 쪽으로부터 합의를 끌어낸 것은 이례적이다. 합의 당사자인 하청업체가 문을 닫은 상태여서 이번 합의는 삼성의 직·간접적 관여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 “우리가 노·사 합의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업체가 폐업됐기 때문에 다른 업체로의 고용을 알선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간부는 “최근 삼성에 좋지 않은 여론이 퍼지는 상황에서, 하이비트 노동자들이 ‘삼성 특검’ 사무실 앞에서 잇따라 시위를 벌인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비트 노동자들은 휴대전화 엘시디(LCD)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난해 3월 말 회사가 “물량이 없어 삼성에스디아이와의 도급계약이 종료됐다”며 폐업하면서 해고됐다. 그 뒤 이들은 “하이비트는 삼성에스디아이의 불법 파견업체였다”며 삼성을 상대로 원직 복직 투쟁을 해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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