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코스콤 노조의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 위원장은 2일까지 21일간의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농성 끝내며 탄식
“21일 동안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지만, 정부나 코스콤은 꿈쩍도 하지 않더군요.”
코스콤 비정규지부 천막농성장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지난달 13일부터 단식농성을 벌여 온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이 2일 단식을 접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 ‘코스콤 사태 해결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 면담 요구’라고 쓴 팻말을 세워놓고 앉아 있다가, 저녁엔 광화문 거리로 자리를 옮겨 천막농성을 한 지 21일째였다. “마치 구치소 면회처럼 경찰들이 지지 방문 하러 오는 사람을 2~3명으로 제한하며 까다롭게 군 것을 빼곤, 정부나 코스콤 쪽은 단식농성장을 들여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오랜 단식으로 힘겹게 말을 잇는 정 위원장의 목소리엔, 200일 넘게 파업 중인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절박한’ 심정이 묻어났다. “생계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힘든 투쟁을 200일 넘게 지켜온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죠. 마음 같아서는 단식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총선 뒤 4월 안에 코스콤 문제를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로 단식을 중단합니다.” 지난 1일엔 사무금융연맹 조합원 100여명이 하루 동조단식을 하고 “코스콤 문제를 함께 책임지겠다”며 그에게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2일 오전엔 “정부가 코스콤 문제를 적극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법조계·노동계 등 각계 인사 2172명의 서명을 모아 청와대에 민원을 냈다. “코스콤은 협상 때마다 ‘고용 문제는 빼고 얘기하자’고 하는데,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고용 문제를 빼고 나면 뭐가 남겠습니까? 교섭 의지가 없는 회사도 문제지만, 정부가 나서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정 위원장은 입원 치료 뒤 다시 투쟁 현장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