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쪽 압박에 이용”…노동부와 법개정 협의
노동계 “위헌적 발상에다 노사갈등 부추겨” 반발
노동계 “위헌적 발상에다 노사갈등 부추겨” 반발
법무부가 ‘법 질서 확립’ 차원에서 노동법 전반을 재검토하면서 노사교섭 결렬 전에는 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를 못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는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고 노사의 자율적 대화를 가로막는 접근”이라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3일 “노사교섭이 최종 결렬되기 전에는 노조원들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못 하도록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을 개정할지 여부를 노동부에 건의할 여러 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쟁의행위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찬반투표 실시 시기를 규정한 조항은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노조가 임·단협 등을 앞두고 회사 쪽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외국 입법 사례 등을 검토한 뒤 개정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서면 올해 12월께 노동부에 관련 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위헌 소지가 있고, 오히려 노사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며 ‘법 개정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파업 투표 시기 제한은 2006년 9월 ‘노사관계 로드맵’ 협의 당시 잠시 언급됐다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 최종안에서 빠진 내용”이라며 “법무부가 이제 와 다시 똑같은 내용을 들고 나온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도 “이랜드나 코스콤 사태처럼 노조가 파업을 해도 사용자는 교섭을 회피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게 현실인데, 최후 저항수단인 파업권마저 제약한다면 노동자의 기본권은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어 “실제 현장에서는 파업 결의를 해도 파업 직전 노사 대화로 파업을 철회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노사교섭이 깨진 뒤에만 찬반투표를 할 수 있게 한다면, 노사의 막판 대화를 오히려 억제해 갈등을 격화시킬 공산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김지은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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