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이텍알씨디코리아 12명 감시·차별로 스트레스”
회사의 노조 활동 감시와 차별 대우 때문에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앓게 된 노동자 12명이 ‘집단 산업재해’ 판결을 받았다. 노사갈등 탓에 발병한 정신질환이 집단 산재로 인정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함종식 판사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자 12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한 감시와 통제, 노조원들만의 별도 라인 배치 등의 차별로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상적인 차별로 정신질환을 유발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 노동자들이 회사 쪽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였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단식투쟁, 부분파업을 벌이자 회사는 직장 폐쇄와 노조원들 고소·고발로 맞섰고, 2003년 2월엔 김혜진 노조 위원장 등 5명을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해고했다. 파업 뒤 복귀한 노동자들은 노조원들만으로 구성된 별도의 생산라인에 배치되거나 팀별 야유회 행사 지원금을 못 받는 등 일상적인 ‘차별’을 겪어야 했다. 회사는 곳곳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해 이들을 감시하다가 고소당해, 텔레비전 4대를 철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격렬해지면서 회사 쪽의 협박과 욕설,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노조원들은 2005년 5월 “노조 탄압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질환이 발병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승인 신청을 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집단적인 노사 관계는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법원이 뒤늦게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회사 쪽의 태도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혜진 노조 위원장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 확정 판결을 받은 해고 노동자 5명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회사가 생산공정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바람에 여전히 애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예랑 박현철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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