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가 지식경제부에 건의한 규제개혁과제
“정리해고 완화해달라…사전 직장폐쇄 허용해달라”
경제 5단체, 정부에 보고서
‘비정규·여성 보호’ 폐지 촉구
경제 5단체, 정부에 보고서
‘비정규·여성 보호’ 폐지 촉구
재계가 ‘규제개혁 과제’라며 정리해고 요건을 크게 완화하고, 비정규직·고령자·장애인·여성 보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안전장치와 관련된 제도를 무더기로 폐지나 개선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한겨레>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5단체가 지식경제부에 낸 ‘규제개혁 과제’ 보고서 6건을 입수해 세부 내용을 보니, 정리해고 조건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경영상 필요’로 완화하고 정리해고 사전 통보기간을 50일에서 30일로 축소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파업 때 공익사업장뿐 아니라 일반사업장도 대체근로 전면 허용 △사전적·예방적 직장폐쇄 허용 등도 포함됐다.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비정규직 차별처우 입증 책임도 회사가 아니라 노동자가 지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비정규직 차별의 범위도 학자금·경조금 등을 제외한 임금으로만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사용자보다 막강한 노조에 대한 과보호가 법률상 역차별을 일으킨다”며 노동조합의 부당 노동행위 금지조항도 신설할 것을 건의했다.
재계는 또 최저임금제와 관련해 노·사·공익위원이 결정에 참여하는 현행 방식 대신 정부가 직접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의 압박에 의한 공익위원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임금이 낮은 고령자 고용을 늘리기 위해 “고령자를 최저임금 감액 적용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건의를 비롯해, 퇴직급여제도를 노사 합의에 의한 임의 조항으로 바꾸고 7일 근로에 하루 이상 휴일을 주는 유급주휴제도를 폐지하자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특히 경총은 지난달 작성된 ‘규제개혁 건의자료’에서 모성보호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경총은 ‘업무상 핵심 인력에 대한 사업주의 육아휴직 신청 거부권 신설’을 건의하면서 그 이유로 “우리의 경제 수준과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무분별한 모성보호제도의 강화는 기업 부담 가중과 여성고용 기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해고 금지조항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이 구조조정 회피 수단으로 육아휴직을 악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경총은 또 장애인 의무고용률 하향 조정을 건의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취업 여건이 더 열악한 장애인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국가유공자가족 채용의무 완화를 요구하는 등 필요에 따라 ‘자의적인’ 판단 잣대도 드러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일 경제5단체가 건의한 ‘규제개혁 과제’ 267건의 목록만 공개하면서 “세부 내용을 분류해 관계 부처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은미 간사는 “지식경제부는 재계가 건의한 수백건의 내용 중 267건을 선별한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며 “재계의 무리한 요구가 고스란히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