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법 ‘서면 통지’만 인정
서울 강남구 삼성동 ㅇ주식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판매 영업을 하던 이아무개(35)씨는 입사 넉 달 만인 지난해 12월 말 회사로부터 “근로 관계를 종료한다”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왜 그런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씨는 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2월 심판위원회를 열어 “전자우편으로 해고를 통지하는 것은 서면에 의한 통지로 보기 어렵고, 회사가 해고 사유를 명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씨의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판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뒤늦게 회사는 “이씨는 영업 실적이 떨어지고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사유를 설명했지만, 서울지노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의무화한 근로기준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씨 같은 ‘부당해고’ 피해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노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들어온 부당해고 사건 2249건 중 200여건이 이런 사례”라며 “일부 영세 사업체들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전자우편 등으로 무분별하게 해고 통지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전엔 해고 통보 방식 규정은 없었으며,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2005년, 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은 2006년 각각 ‘문자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