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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골리앗 삼성 맞서 10년…강제퇴직 ‘진실 찾기’

등록 2008-04-21 20:22

윤병목씨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삼성생명 본사앞에서 자신의 부당해고를 다툰 소송 자료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재훈 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윤병목씨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소공동 삼성생명 본사앞에서 자신의 부당해고를 다툰 소송 자료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삼성생명 IMF 해고 윤병목씨
복직소송 대법 패소 3년만에 새로운 증거찾아 검찰진정
“5년 동안 나홀로 소송을 하다보니 밥벌이가 신통치 않습니다. 하지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을 하다보면 지난 일들은 잊게되니 차라리 잘 됐죠.”

윤병목(52)씨는 3년째 경기 의왕의 한 육포공장에서 일한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좁은 작업장에서 동료 외국인노동자 10여명과 하루 10시간씩 땀을 흘린다. 꼭 10년 전, 윤씨는 굴지의 보험회사인 삼성생명에서 잘 나가는 영업맨이었다. 그는 외환위기 파고가 거셌던 1998년 5월 회사의 ‘퇴직 권유’로 15년 정든 회사를 떠났다.

“퇴직에 응하지 않으면 기본급의 70%만 지급하고 무보직상태에 두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었어요.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회사가 괜찮아지면 복직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회사를 떠났지요.” 윤씨는 이런 믿음으로 이 회사의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듬해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고 1천명이 넘는 사원들을 채용하면서도, 이른바 ‘희망퇴직자’들한테는 복직 길이 열리지 않았다.

결국 윤씨는 2001년 “사실상의 강압에 의한 퇴직”이라며 해고 무효소송을 냈다. 전국을 돌며 당시 ‘해고 동료’들을 만나 부당 해고의 증거를 모았다. 5년여 동안 힘겹게 나홀로 소송을 벌였지만, 대법원은 2005년 “희망퇴직 위로금을 수령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그 뒤로 사실상 복직 희망을 접은 윤씨한테 지난해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의혹 폭로는 새로운 계기가 됐다. “김 변호사 폭로 이후 옛 회사 동료들과 다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한 동료가 회사 쪽이 작성한 ‘희망퇴직 권유대상 명단’이란 문건을 은근슬쩍 내놓더군요.”

이 명단에는 당시 회사 쪽의 구조조정 방침과 1천여명의 퇴직 대상자 명단과 사유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윤씨의 이름도 명단에 있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회사 쪽 해명을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안을 다시 문제삼기란 쉽지 않았다. 윤씨는 최근 이런 사실을 숨긴 당시 회사 간부를 ‘소송 사기’ 혐의로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솔직히 삼성의 엄청난 비리 의혹도 흐지부지 되려는 마당에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회사에서 쫓겨난 이들을 대신해 꼭 진실은 꼭 밝히고 싶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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