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집행유예” 권고 불구…노동·인권단체 반발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출국 유예 권고를 무시한 채, 이주노조 위원장 등의 강제 출국을 강행해 노동·인권단체는 물론 국가인권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법무부는 15일 저녁 8시께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 위원장 토르너(42·네팔)와 부위원장 소부르(39·방글라데시)를 본국으로 강제 출국했다. 이들은 불법 체류 혐의로 지난 2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에게 붙잡혀 청주외국인보호소에 억류돼 왔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진정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강제퇴거 명령서 집행을 유예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법무부에 통보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이들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해 출국 절차를 밟았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강제 퇴거 절차를 집행하고 난 뒤 인권위 결정을 전해들었다”며 “국가인권위 권고가 무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인권 보호를 위한 최소 장치인 인권위의 합법적인 조사권조차 무시한 처사”라며 “보호소에 구금 중인 피해자들을 서둘러 내보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변호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법무부는 강제 퇴거 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다는 결정을 변호인에게 통보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법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주노조는 “법무부가 이주노조를 와해시키려 지도부를 표적단속했다는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며 “진상 조사를 위한 인권위의 결정조차 무시하며 강제 출국을 강행한 법무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에도 인권위가 ‘법무부의 표적 단속’ 여부를 조사 중이던 이주노조 지도부 3명을 서둘러 출국시켜 인권위와 인권단체들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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