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과 올해 화물연대 파업 비교
“단속 어렵다” 어물쩍 넘겨 다시 불거져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보면, 요구 사항은 2003년 화물연대 파업의 판박이 같다. 유류 보조금 확대와 운송료 인상, 표준요율제 도입에서부터, 운송료 결정 구조의 제도적 개선을 위한 다단계 알선 구조 철폐, 지입제 개선, 화물차주들의 노동자 인정 등 모든 요구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2003년 파업 때 화물연대의 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다. 정부와 화주 등은 당시 유류 보조금을 늘려주고 운송료를 10% 가량 올려줬다. 그럼에도 같은 요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에 소극적이었거나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정부가 중간 착취구조 개선을 위한 다단계 알선과 과도한 주선료 등을 조사하고 개선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하는 등 일부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파업을 철회한 뒤에는 “관행이고 단속이 어렵다”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속 조처를 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2003년 당시 18일간의 1·2차 파업이라는 호된 경험을 치르고도 구조적 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은 셈이다.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라 여기서 파생되는 유류 보조금이나 운송료 인상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경유값 급등이 파업을 촉발한 것도 같다. 하지만 화물차주들이 파업에 동조하는 분위기는 2003년 때와 사뭇 다르다.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 최춘태(46)씨는 “2003년에는 힘들었지만 최저생계라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며 “2003년엔 조합원이 비조합원 차량 운행을 물리력으로 막았다면 2008년은 비조합원이 조합원보고 파업 좀 안 하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유값 급등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전년에 견줘 경유값이 14% 인상된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전년 대비 갑절 넘게 뛰었다.
물류 마비 정도도 2003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20만명에 이르는 비조합원들이 파업 대열에 많이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03년과 달리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주초가 아닌 금요일에 시작됐다”며 “정말 물류에 타격을 주려 했다면 주초를 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요일에 상징적으로 파업을 시작하면서 주말을 이용해 타결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며 “정부 또한 어느 때보다 입지가 좁은 만큼 파업 장기화에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운송료의 현실화는 물론 △표준요율제 조기 시행 및 법제화 △화주 또는 주선업체와의 실질적인 교섭권 인정 등 근본적인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되지 않으면 조기 파업 철회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송창석 기자, 포항/박영률 기자 number3@hani.co.kr
송창석 기자, 포항/박영률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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