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1년] 법 비웃는 고용불안·차별
기업, 비정규직법 ‘법망’ 피해
비정규직 용역·파견으로 대체
노동계 “최소 160만명” 추산
기업, 비정규직법 ‘법망’ 피해
비정규직 용역·파견으로 대체
노동계 “최소 160만명” 추산
대형 ○○할인점에서 6년 동안 계산원으로 일한 ㅁ(38)씨는 지난해 6월 ‘△△용역업체’로 소속이 바뀌었다. 회사가 계산 업무를 통째로 용역업체에 넘겼기 때문이다. 90만여원 월급은 그대로인데, 국경일에 쉬지 못하고 휴식시간은 1시간 줄었다. “더 열악한 처지에 몰리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그는 탄식한다.
최근 노동부 설문조사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파견·도급으로 돌렸다는 기업이 20%였다. 무더기 계약 해지와 외주화로 지탄받은 이랜드그룹처럼 법망을 피해 ‘뒷문’으로 빠지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사내 하청 등 간접 고용 노동자는 통계에 따로 잡히지 않는다. 노동계는 16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기간제 노동자가 1년 새 32만명 줄어든 반면 재계약을 기약할 수 없는 노동자는 24만6천명, 용역 노동자는 3만3천명이 늘었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만드는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ㅈ(36)씨의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3770원이다. 이곳에 기아차가 ‘직접 고용’한 생산직 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13개 하청 업체의 1년 기간제 노동자만 850명 있을 뿐이다.
자동차·조선 업종에서 일찍이 등장했던 간접 고용은 최근 서비스·정보통신(IT) 업종과 공공 부문에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대기업의 정보통신 쪽 일을 하는 ㅇ(30)씨는 최근 1년 동안 용역업체 세 곳을 바꿔 가며 넉 달, 두 달, 심지어 15일짜리 ‘고무줄’ 계약을 맺었다. 하청업체가 재하청 용역업체들을 잇달아 갈아치운 탓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대표적 비정규직인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규모나 임금, 노동조건엔 제대로 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비정규직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간접 고용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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