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현대차-하청쪽 서둘러 구조조정”
하청업체 폐업땐 비정규직법 힘 못 써
현대차는 “단기계약 지시 내린 적 없다”
하청업체 폐업땐 비정규직법 힘 못 써
현대차는 “단기계약 지시 내린 적 없다”
7월1일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기간제 노동자는 2년 뒤 정규직화하고, 정규직과의 임금 등의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 6년 논란 끝에 등장한 법 취지다. 일부가 정규직과 비슷한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며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용역·파견 노동자들로 대체했다. 이런 ‘간접 고용’ 노동자들에게 법은 무기력하다.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처음 적용된 차별시정 제도의 효과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1%로, 1년 전 52.4%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 해법을 네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24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시트공정. ‘산타페’와 ‘베라크루즈’의 차량 몸체들이 자동 컨베이어에 실려 연속으로 다가오자 수십명 노동자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섞여 있는데 겉모습으론 누가 원청이고, 하청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같은 공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이들은 소속 회사가 어디냐에 따라 연봉 액수가 다르다.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는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보다 30~40%나 적다.
그런데 이런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임금 차별이 아니었다. 고용 불안이었다. 사내 하청업체 ㄱ사 김아무개(31)씨는 다른 하청업체 소속으로 7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했다. 올해 1월 회사 이름과 사장이 바뀌면서 다른 정규직 60여명과 함께 ㄱ사와 ‘6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쓰고 기간제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29일 “내일(30일)이면 계약이 끝나는데 아직까지 재계약을 통보받지 못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공장 다른 하청업체 5곳의 정규직 400여명도 곧 단기간 노동자로 전락할 처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엔 정규직 2만8천여명과, 100명 미만인 사내 하청업체 110여곳의 노동자 8천여명이 일한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전락’은, 2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오히려 가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지난해 7월1일 이후 새로 체결·갱신·연장한 노동자들에게 적용되기에 법에 의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노동부 예상대로면 일러야 내년 7월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벌써부터 사용자들이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꾸고 있다.
‘원청 대기업 정규직-하청 중소기업 정규직-하청 중소기업 비정규직’ 구조에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에 이렇다 할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공장에서 몇 년을 일해도,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비정규직 보호법은 전혀 힘을 못 쓴다. 정규직 유지는 고사하고라도 고용 승계를 기대할 장치가 전혀 없는 까닭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하청업체 ㄴ사의 노동자 70여 명은 지난해 가을 예전 업체가 폐업한 뒤 ㄴ사 무기계약직이 됐다. 노조 간부 등 5명은 재계약을 거부당해 열 달째 실직 상태다. 이승희(42)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에 부담을 느낀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하청업체들이 법 시행 전에 미리 불씨를 없애려고 서둘러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어설픈 비정규직법이 되레 하청 정규직들의 목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청업체가 사실상 사용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 책임을 하청업체와 함께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에 단기 계약 지시를 내린 적이 없으며, 하청업체의 일에 관여할 수도 없다”는 태도로 뒤로 물러서 있다. 사내 하청업체들은 “이전 회사가 폐업을 했기 때문에 고용을 반드시 승계할 이유는 없으며,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글·사진/울산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시트공정의 원청·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뒤섞여 ‘싼타페’와 ‘베라크루즈’의 차량 몸체에 시트 등 부품을 장착하고 있다.
‘원청 대기업 정규직-하청 중소기업 정규직-하청 중소기업 비정규직’ 구조에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에 이렇다 할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공장에서 몇 년을 일해도,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비정규직 보호법은 전혀 힘을 못 쓴다. 정규직 유지는 고사하고라도 고용 승계를 기대할 장치가 전혀 없는 까닭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하청업체 ㄴ사의 노동자 70여 명은 지난해 가을 예전 업체가 폐업한 뒤 ㄴ사 무기계약직이 됐다. 노조 간부 등 5명은 재계약을 거부당해 열 달째 실직 상태다. 이승희(42)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에 부담을 느낀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하청업체들이 법 시행 전에 미리 불씨를 없애려고 서둘러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어설픈 비정규직법이 되레 하청 정규직들의 목을 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청업체가 사실상 사용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그 책임을 하청업체와 함께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에 단기 계약 지시를 내린 적이 없으며, 하청업체의 일에 관여할 수도 없다”는 태도로 뒤로 물러서 있다. 사내 하청업체들은 “이전 회사가 폐업을 했기 때문에 고용을 반드시 승계할 이유는 없으며,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글·사진/울산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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