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락윤 전국금속노동조합 도루코비정규직 지회장이 지난 3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도루코 문막공장 앞에 세운 7m 철탑 위에 올라가 ‘비정규직 철폐’와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문막공장 노동자들 노조설립 이유 해고
‘생산직 정규직 0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
중노위 “부당” 사쪽 ‘배짱’ 보름째 농성
‘생산직 정규직 0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
중노위 “부당” 사쪽 ‘배짱’ 보름째 농성
“비정규직 피땀을 짜내 칼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탄압의 칼날을 휘두릅니다.”
강원 원주시 문막읍 도루코 문막공장에서 문구·주방용 칼을 생산하던 비정규 노동자 9명이 회사 앞에 7m 철탑을 세우고 ‘비정규직 철폐’와 ‘부당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철탑 농성은 4일로 보름째다. 이들은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집단 해고됐다.
지난 3일 농성장에서 만난 최락윤(39) 전국금속노동조합 도루코비정규직 지회장의 두 손은 흉터투성이었다. “손작업이라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대부분 칼날에 손가락을 베어도 꿰매자마자 바로 공장에 돌아와 일해요. 비정규직이라서.” 문구용 커터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 연마 공정에서 일해 온 최 지회장뿐 아니라, 이 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40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한 명도 없다. 2000년부터 4개 하청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쪼개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사장들은 도루코 관리직이나 노조 간부 출신이다.
2006년 입사한 이정원(35)씨는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취업 규칙도 없이” 일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임금 산정 방식이었다. 커터 칼 한 개당 0.5~1원, 식칼 한 개당 10~15원이라는 식으로, 단가를 정해 생산물량 만큼 월급을 준다는 것이다. 한 달에 350~400시간씩(휴일 없이 날마다 11~13시간씩) 일해야 월급 200만원 남짓 손에 쥐었다. 여성들은 그나마 150만원밖에 못 받았다. 잔업 수당도, 야근 수당도 없고 도루코 관리직 정규직원들과 달리 상여금이나 성과금도 없다. 이씨는 “임금 수준을 일정하게 고수하려고 회사는 일방적으로 단가를 ‘고무줄’처럼 낮추거나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월급을 깎곤 했다”며 “명절이나 여름 휴가 땐 쉬는 만큼 돈을 못 받기 때문에 달력의 ‘빨간 날’이 가장 싫었다”고 말했다.
견디다 못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해 10월 노조를 만들고 부분 파업을 벌이자, 회사는 징계 해고와 직장 폐쇄, 3억8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강행했다. 회사 쪽의 압박에 36명이던 조합원은 최근 해고자 9명을 포함해 10명으로 줄었다. 지난 6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 해고’ 판정을 내렸고, 노동부도 특별 근로감독을 벌여 하청업체들에 수백만원씩 벌금을 물렸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해고자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 원청업체인 도루코는 “하청업체들과 해결할 일”이라는 태도라고 했다.
최 지회장은 “회사 간부들이 ‘80일 넘게 단식한 기륭전자 비정규직도 안 되는데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얘기한다더라”며 “도루코가 정녕 제2의 기륭전자처럼 장기 갈등을 바란다면, 서울 도루코 본사에 가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원주/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