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이 지난 달 30일자로 계약해지해 일터에서
강남성모병원 간호보조 28명 쫓겨날 판
계약직에서 파견직…다시 2년만에 해고
병원선 ‘나몰라라’ 농성 천막까지 허물어
계약직에서 파견직…다시 2년만에 해고
병원선 ‘나몰라라’ 농성 천막까지 허물어
“병원의 궂은일을 도맡아 온 비정규 노동자 28명이 오늘 사형대 위에 섰습니다.” “사랑·평화를 말하는 가톨릭병원이 이렇게 가혹할 수 있습니까?”
30일 낮 12시 서울 서초동 강남성모병원 1층. 간호 보조 업무를 하는 비정규 노동자 10여명이 수많은 환자·보호자들이 지나는 로비 한가운데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해고 철회”라고 쓰인 팻말을 손에 들거나 몸에 두른 채 연좌농성을 벌이는 얼굴들은 눈물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
이 병원에서 2~5년씩 의료기구 정리, 중증환자 체위 변경 등 갖은 보조 업무를 해 온 이들은 병원과 파견업체의 2년 계약 기간이 끝나 이날을 끝으로 병원에서 ‘쫓겨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병원 간호 보조 업무 직원 200여명 가운데 파견직은 65명이다. 이날 28명이 해고됐고, 나머지 37명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고될 처지다. 이 가운데는 2002년 병원에 ‘계약직’ 노동자로 직접 고용됐다가, 2006년 10월 병원이 간호 보조 일을 파견업체에 맡기면서 소속이 바뀐 노동자도 있다. 병원이 정규직 업무에 계약직을 고용했고 이어 파견업체로 넘겼다가, 현행법에 직접 고용 의무를 져야 하는 2년이 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지난 17일부터 병원 안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파견업체와 해결할 일”이라는 태도인 병원은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 천막을 세 차례 철거하기도 했다. 이영미 비정규 노동자 대표는 “우린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내년 20층짜리 새 병원도 개원한다는데 2~5년씩 일한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이렇게 쫓겨나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민주노총 등 101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톨릭 정신을 내건 병원이 돈벌이에 급급해 비정규직들을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애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은 “파견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1~2년 뒤 버려지는 파견 노동자만 늘고 있다”며 “노동부는 파견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이번 사태와 관련된 파견업체를 ‘근로자 파견 우수기업’으로 뽑아 정기감독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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