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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규직 0명’ 절망 공장…출근길마저 막나

등록 2008-10-05 22:57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사내하청 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 2일 아침 ‘부당 해고’에 반발해 공장에 들어가겠다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제공
충남 서산 동희오토의 사내하청 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 2일 아침 ‘부당 해고’에 반발해 공장에 들어가겠다며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제공
동희오토 하청직원 5명 학력위조 ‘꼬투리’ 해고
‘모닝’ 대박나도 저임금에 노동환경 열악
‘처우개선 뭉개기’ 비판에 회사쪽 “우린 무관”
“부당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 출근하게 해 달라.”

지난 2일 아침 8시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충남 서산 ‘동희오토’ 공장 정문 앞. 지난달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3개 사내하청 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 5명이 출입을 막는 경비직원 30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지난달 19일 1차 출근 투쟁 때 다친 심인호(33)씨는 깁스한 한쪽 다리를 절룩인 채, 목에 보호대를 두른 지병길(28)씨는 휠체어를 탄 채 “들어가겠다”며 안간힘을 썼지만, 공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출근 투쟁으로 ‘물류 차량 진입을 막아 10분 남짓 생산라인을 멈추게 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8개월~3년 일한 이들을 회사가 계약 해지한 사유는 ‘대학교 중퇴·졸업 학력을 이력서에 쓰지 않았다(취업규칙 위반)’는 것이다. 3년 일한 해고자 이백윤(31)씨는 “회사가 추석을 이틀 앞두고 ‘해고’ 선물을 줬다”며 “학력 위조는 핑계일 뿐, 노동조건 개선 등에 목소리 높인 노동자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대졸 학력을 고졸로 속인 것은 해고 사유가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동희오토는 ‘절망의 공장’으로 불린다. 2001년 국내 첫 완성차 위탁생산 업체로 설립된 이곳에 생산직 노동자 850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다. 죄다 9개 사내하청 업체의 1년 계약직 노동자들이다. 동희오토 소속 정규직은 관리직 150여명뿐이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워낙 유명해, 노동자들이 ‘동희오토 작업복 입고 시내를 다니기 부끄럽다’고 할 정도라고 이씨는 전했다. 1년차 시간급은 법정 최저임금인 3770원이다. 주·야 맞교대로 하루 10시간, 주말 특근·잔업까지 더해서 받는 월급은 130만~150만원선으로, 인근 다른 자동차 계열사 노동자들에 견줘도 낮다.

회사 쪽엔 노동자 직접 고용에 따른 부담이 거의 없는 ‘꿈의 공장’이다. 부품업체에서 반제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모듈 생산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계약 해지나 폐업 등으로 ‘유연한’ 정리해고가 언제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희오토 지분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동희산업이 45%, 기아자동차㈜가 35%를 갖고 있다.

경차 수요가 늘면서 모닝이 연간 15만대 생산되는 ‘대박’ 상품이 되자, 회사는 올 여름 시간당 생산대수를 32대에서 36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7월 말 이씨 등이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뿌리며 반발했다. 그러자 회사 쪽이 학력 위조 문제를 들고나왔다는 것이다.

해고자들은 이번 사태를 “민주노조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고 본다. 2005년에도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가 결성됐다가 폐업과 계약 해지 등으로 와해된 적이 있다. 이번에 3명을 해고한 대왕기업도 오는 12월 폐업이 예고된 상태다. 대왕기업 해고자 최진일(31)씨는 “원청업체인 동희오토가 해고자들의 학력에 관한 이메일을 하청업체에 보내는 등 해고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희오토 간부는 “협력업체가 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관계없고, ‘부당 해고’ 주장은 민감한 문제라서 입장을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산/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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