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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무노조 삼성에 금속노조 뜨나

등록 2008-10-14 22:07

삼성SDI 정규직 노동자 17명 울산지부 가입
일방적 자회사 배치 반발…“지회 승인 검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삼성에스디아이(SDI) 부산공장 소속 노동자 17명이 ‘일방적인 회사의 자회사 전적·전환배치 강요’에 반발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처럼 삼성 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개적이고 집단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노조’ 삼성에선 여러 차례 노조 설립 시도가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이번에 금속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부산공장에서 휴대전화 액정화면 등을 만드는 모바일디스플레이(MD) 사업부 소속으로, 이 회사에서 13~21년씩 일해 왔다. 이들의 반발은 지난달 초 회사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라는 자회사를 세워 사업부를 이관하고 소속 직원 1080명에게 전적 동의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13년째 일해 온 손철식씨는 “올해까지 삼성에스디아이와 똑같은 인사제도를 적용한다는 걸 빼고는 근로계약 기준 등이 모호해 전적 동의서 작성을 거부했다”며 “9월 중순부터 회사가 전적 거부자들의 책상을 빼고 소회의실에 격리시켜 2주 동안 일을 맡기지 않는 등 압박해, 처음 120명이던 거부자들이 10여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고용 승계를 약속했고, 내년 1월엔 삼성전자와 합작법인으로 새로 출범할 계획이므로 고용 불안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자회사 전적을 거부한 일부 직원들을 이달 초 삼성에스디아이 천안공장으로 발령했다.

손씨 등은 천안공장 발령도 거부한 채 부산공장 다른 부서로 재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연주씨는 “10년 넘게 투병 중인 80대 노모를 모시고 천안으로 이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1년째 근무해 온 김동선씨도 “어머니가 항암 치료 중이어서 천안에 갈 수 없는 형편”이라며 “더구나 지난 1월 브라운관 사업 구조조정 때 현 부서로 옮겨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전적하라는 회사의 고용 안정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말했다.

이들은 천안공장 발령일인 13일 출근을 거부한 채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찾아가 노조 가입 원서를 썼다. 손씨는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맞서려면, 노조 결성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홍보팀 간부는 “자회사 전적이나 천안공장 발령에 동의한 99% 직원들과 다르게 대우할 수는 없다”며 “부산사업장의 피디피(PDP) 부서 등에는 최소 관리인력만 남아 있어 이들의 부산사업장 재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명령을 거부하는 사원은 징계·해고 등 단호히 조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10명 넘게 스스로 찾아와 금속노조에 직접 가입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파열구가 났다는 뜻”이라며 “조만간 금속노조 산하에 삼성 관련 지회를 설립하는 방안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황예랑, 울산/김광수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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