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대회서 ‘직가입 허용안’ 세번째 부결
‘1사1노조’에 찬물…대우차 통합에도 영향
‘1사1노조’에 찬물…대우차 통합에도 영향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이 또다시 무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17일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현대자동차 문화회관 2층 강당에서 316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01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직가입을 허용하는 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부결됐다. 노조 규약에는 참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153명(48.4%)만 찬성해 가결요건인 212명에 59명이 모자랐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월과 6월에도 비정규직의 직가입을 표결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선 집행부가 가결을 끌어내기 위해 정규직 노조에 가입하는 비정규직 대상을 애초 포함했던 판매대리점과 정비사업소(옛 그린서비스) 비정규직을 빼고 울산·아산·전주공장 안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으로 좁혔다. 또 투표 직전 윤해모 지부장이 “경영위기가 닥치면 경영진이 고임금의 정규직을 먼저 해고한다”며 만장일치 가결을 호소했으나 일부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기명 투표를 벌였으나 부결됐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동료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부결의 배경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규직 노조원들의 이기심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규직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대신해 더 위험하고 노동 강도가 센 곳에서 일을 하는 현실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가 통합되면 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구조조정 때의 ‘안전판’이 없어진다는 정서가 강하다. 단일 노조로 묶이면 정규직의 60~70% 수준에 지나지 않는 비정규직의 임금과 각종 복지 문제 등을 정규직 노조와 원청회사와 논의해서 개선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됐다.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세번째 단일 노조 구성에 실패함으로써 ‘1사 1 노조’를 통해 전국 160만명의 금속 노동자를 조직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금속노조의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국내 완성차 4사 노조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통합한 기아자동차에 이어 통합에 나서려던 대우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작업도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판매·정비분야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정규직의 의견을 받아들였는데도 또다시 부결돼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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