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기륭전자 앞 철탑에 올라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위쪽 빨간 조끼 입은 이)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이 21일 오후 농성 해산에 나선 경찰특공대원들에게 끌려내려오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기륭전자 2명 철탑농성에 전투경찰·특공대 400여명 투입
농성 하루도 안돼 진압…“경찰과 회사 한몸처럼 움직여”
농성 하루도 안돼 진압…“경찰과 회사 한몸처럼 움직여”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니냐고!”
10m 높이 철탑 위에 주저앉은 채 경찰 특공대한테 끌려 내려오지 않으려는 김소연(39)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94일 단식 뒤 한 달째 미음만 먹는다는 그의 팔다리는, 그가 온힘을 다해 부둥켜안고 있던 철근만큼이나 앙상했다. 경찰에게 사지가 들려 내려오는 내내 “비정규직 철폐”를 목놓아 외치던 그는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21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정문 앞 철탑에서 농성 중이던 김 분회장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이 농성 만 하루도 안 돼 경찰에게 끌려 내려왔다. 현장에 있던 조합원·시민 등은 15명 남짓. 이들을 농성장 앞에서 밀어내기 위해 경찰은 낮 12시께 전투경찰 400여명과 경찰특공대 10여명을 투입했다. 소방차, 사다리차도 동원했다. 갑작스런 대규모 진압작전에 놀란 여성 조합원과 시민들은 경찰에 둘러싸여 허탈한 표정으로 농성 진압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임신 6개월째인 강화숙 조합원은 배를 쓸어내리며 연신 눈물만 훔쳤다.
경찰이 김 분회장 등에게 “내려오라”고 하다가 특공대를 투입해 경찰차로 연행하기까지는 1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이 철탑을 에워싸자, 기륭전자 관리직원과 용역업체 경비원들은 주변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경찰과 회사가 한 몸인 것처럼 움직였다”고, 현장에 있던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은 말했다.
경찰 작전이 끝나자마자 회사 직원, 용역경비들은 철탑을 회사 안으로 옮기더니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브라보”라고 환호하며 손뼉쳤다. 이들은 20일 밤에는 철탑 위 김 분회장에게 “정말 죽어보라”며 철탑을 흔들기도 했다. 경찰 진압 뒤 기륭전자 한 이사는 앰프를 이용해 “여러분과 절대 같이 일할 수 없습니다. 투쟁해서 누구나 정규직이 될 만큼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종희 조합원은 “이런데 어떻게 ‘협력회사에서 1년 일한 뒤 자회사 전환을 판단해 보자’는 회사 쪽 제안을 믿을 수 있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4시께 신대방동 사옥으로 이삿짐을 옮기는 회사 쪽 차량이 빠져나가자, 기륭전자 어귀 골목에서 외부인 출입 통제를 하던 경찰은 철수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경찰이 용역 직원들의 집단 폭행을 묵인·방조하고, 항의하는 시민을 짓밟으며 강제 연행했다”고 규탄했고, 저녁엔 기륭전자분회원들이 금천경찰서를 항의방문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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