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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동우화인켐, 노조설립 생트집 ‘집단해고’

등록 2008-11-03 21:16

동우화인켐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달 13일 노조 간부가 해고된 데 항의해 경기 평택시 포승공단 안 평택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그 이틀 전엔 해고자들의 회사 출입을 요구하는 노조원과 용역 경비 직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제공
동우화인켐 비정규 노동자들이 지난달 13일 노조 간부가 해고된 데 항의해 경기 평택시 포승공단 안 평택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그 이틀 전엔 해고자들의 회사 출입을 요구하는 노조원과 용역 경비 직원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제공
비정규직분회 만든지 5달만에 간부 11명 해고
노조 인정않고 탈퇴강요 ‘부당노동행위’ 일삼아

“언니들, 1장당 8.2초 안에 봐야 돼욧!”

불량품을 찾아내려 엘시디(LCD) 편광 필름을 보는 이효진(24)씨의 속도가 좀 느려지면, 초시계를 든 조장이 닦달했다. 화장실도 확인증을 받아야 다녀올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 먼지가 날까봐, 기지개도 켜지 못했다. 400명이 크린룸 안 좁은 책상에 웅크려 앉아 12시간 내내 불량품을 찾았다. 목·어깨에 파스 붙이고 힘겹게 일해 한달에 쥐는 돈은 기본급 88만원. 잔업 60시간을 해도 110만원이 채 안 됐다.

동우화인켐 평택공장 비정규 노동자인 이씨는 이렇게 1년3개월을 일했다.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자회사로, 삼성전자 등에 납품해 연 1조5천억원 매출을 올린다. 평택공장엔 신우종합관리, 삼우공무, 씨씨엠텍 등 3개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 1천명이 검품, 물류·포장, 청소 등의 일을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함께 지난 5월 노조를 설립했다. 넉 달 만에 4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7월엔 “크린룸에 가스가 누출됐다”며 원인 규명을 촉구하며 이틀 동안 작업을 거부했다. 이씨는 “올해 5~6차례 크린룸 안에서 눈물이 나고 속이 울렁거려 일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가스 냄새가 퍼졌다”고 했다. 지난달 13일에도 비슷한 사고가 나자 노조 의뢰로 분석에 나선 원진노동환경연구소 쪽은 “직원들의 두통·구토 증상이 심각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가 가정집·학교보다 2~3배 높게 나타나 정확한 성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우공무 강아무개 소장은 “외부 환경이 좋지 않아 냄새가 흘러들어온 것 뿐, 엘시디 필름을 닦는 에틸알코올 외에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자, 회사는 지난달 15일 이씨 등 노조 간부 11명을 해고하고 2명은 정직, 1명은 감봉 처분을 했다. 이유는 “노조 활동을 핑계로 조퇴·연차를 많이 쓰는 등 근무 태도가 불량해서”라고 했다. 그 뒤 노조엔 70장이 넘는 노조 탈퇴서가 접수됐다.

지난달 31일 회사 앞 컨테이너 농성장에서 만난 최현기(32)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장은 “노조 와해를 우려해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비조합원인데도 탈퇴서를 쓴 사람도 있더라”며 “회사가 탈퇴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경인지방노동청 평택지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 쪽은 “조장들이 회사와 관계없이 벌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는 “3개 사내 하청업체 공동 노조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중재안을 거부했다.

“가스 누출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한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건 불법이고,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다가 해고되면 기륭전자처럼 몇년씩 싸우는 걸 당연시하는 현실이 오히려 이상한거죠.” 동우화인켐 비정규 노동자들이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평택/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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