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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파업 끝났지만…웃지 못한 이랜드노조

등록 2008-11-13 19:14수정 2015-05-15 17:17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다섯번째)과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왼쪽 네번째) 등이 이랜드 파업 510일째인 13일 오전,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본점에서 파업 종결을 선언한 뒤 ‘새 출발 노사 대화합 선언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다섯번째)과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왼쪽 네번째) 등이 이랜드 파업 510일째인 13일 오전,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본점에서 파업 종결을 선언한 뒤 ‘새 출발 노사 대화합 선언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고용보장 등 이뤘지만 핵심간부 12명 복직 못해
1박2일 투쟁 510일로…“아줌마 조합원들의 힘”
“파업 510일, 지금까지 버텨온 아줌마 조합원들의 승리입니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파업 종결’을 결정하기까지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던 김경욱(39)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의 목소리가 순간 밝아졌다. 그는 어려움을 딛고 끝까지 파업에 함께 했던 조합원 180명은 “대단한 숫자”라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등 노조 핵심 간부 12명은 이들과 함께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다. 추가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고용 보장 등을 약속받은 대신, 노조 간부들은 회사 거부로 복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름도 없이 싸우다 해고된 노조 간부들의 결단이 없었다면 최종 합의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가슴 한켠에 응어리가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 금천구 시흥동 홈플러스 본점에서 홈플러스 테스코㈜와 ‘노사합의문 조인식’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황선영 월드컵분회장 직무대행은 내내 울었다. 복직 못하는 이들이 마음에 걸려서라고 했다. 잠정 합의안을 87% 찬성으로 가결시킨 지난 11일 조합원 총회 때도 분위기는 무거웠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를 아는 분들은 이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추가 외주화를 막고 무기계약 전환 대상을 16개월로 못박는 등 비정규직 장기투쟁의 ‘성과’를 얻는 데 ‘희생’도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파업 대오가 더 지치기 전에 “힘있게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했다. 600명이던 파업 대오는 최근 180명으로 줄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6월30일 이랜드그룹이 계산업무를 외주화하며 계약 해지를 한 데 맞서 홈에버 상암점 점거 농성에 들어갈 때만 해도, 아무도 이 싸움이 500일을 넘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1박2일로 계획했는데 조합원들이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는데 나갈 수 없다’고 해 20일을 버텼어요. 그때 다 함께 만들었던 투쟁의 기억이 500일을 끌어온 거죠.” 홍윤경 노조 사무국장의 말이다. 조합원 수백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고소·고발당하고, 25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생계 어려움 등에 상처를 입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싸움에 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헌신적으로 나서 ‘아름다운 연대’를 실천한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김경욱 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나 따로 노조를 만들어 싸우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해고돼 받은 퇴직금 7천만원을 투쟁비로 내놓았다.

노조는 14일 저녁 7시 홈플러스 월드컵점 앞에서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마지막’ 투쟁문화제를 열어, 510일 장기투쟁의 기억을 나눌 예정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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