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19조원 예산 증액 요구
“감세·SOC투자 19조 돌려 취약층 지원에 써야”
구호에서 대안으로…비정규직대책 등 선도키로
구호에서 대안으로…비정규직대책 등 선도키로
자동차·건설·조선·금융 등 전 업종에 걸쳐 몰아닥치고 있는 경기침체 한파에 맞서 노동계가 “1998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의 악몽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적극대응에 나섰다. 노동계는 27일 이명박 정부에 ‘1% 강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을 접고, ‘토건 정부’식으로 건설·토목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 아니라 사회 서비스 분야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돌릴 것을 촉구했다. 고용 불안과 직결된 “구조조정 반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경제위기에 대처할 정책 대안을 노동계가 내놓고 나선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은 이날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한 내수경제 활성화가 경제위기 극복의 올바른 대안”이라며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감세액 17조원을 비정규직·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으로 돌릴 것”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4년 동안 중소영세 사업장 비정규직 200만명 정규직화 지원(18조원) △4년 동안 노인 요양·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 등 공공부문 일자리 85만명 창출(25조원) △최저임금 및 최저생계비 현실화, 실업급여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10조원) 등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이에 필요한 연간 약 19조원의 예산은 감세(17조5천억원)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 증액(4조6천억원) 정책을 철회하면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고용 위기에 직면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25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통한 고용 안정’을 내년 사업 기조로 정하고, 변호사·회계사 등을 자문단으로 둔 ‘구조조정 사업장 대책팀’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동조합 총연맹도 이날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실업대책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29일 7만 조합원이 참가하는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어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주로 모인 전국비정규노조 연대회의는 공동투쟁 요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별 긴급토론회를 추진 중이다.
노동계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98년 이후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비정규직이 폭증하는데도 무기력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곧 가시화할 구조조정 논란에서 공세적으로 여론을 선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98년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노동계가 개별 사업장의 일자리 보호뿐 아니라, 비정규직 우선 해고나 하청 부품업체 도산 등 정책 사안 전반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사회적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