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들과 공동대책위,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구로3동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 정문 앞에서 노조탄압 중지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 중소기업에서 노조원 모두가 회사 쪽의 부당한 감시와 차별로 인해 정신질환이 생겼다며 집단 산재를 신청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노동조합은 10일 “지난 4년 동안 계속된 회사 쪽의 고소고발 남발, 불법적 직장폐쇄, 부당 배치전환, 부당해고 등 노조 탄압으로 인해 여성 조합원 13명 모두가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과 우울증, 안면근육 마비증세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최근 신경정신과 검진을 받은 결과 ‘우울증을 수반한 적응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는 모형비행기 조종기 등을 만드는 회사로, 지난 2002년 임금 교섭 당시 회사가 노조원들을 상대로 6개월동안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4년째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우선, 회사가 작업장 입구와 출퇴근 카드기 뿐만 아니라 노조 사무실이 보이는 장소에도 시시티브이를 설치해 노조활동을 감시한다는 게 노조쪽 주장이다. 김혜진(37) 노조 지회장은 “회사는 이렇게 찍은 사진과 대화내용까지도 녹음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골라 노조원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사건에 증거물로 제시했다”며 “노조원들은 어디선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긴장을 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또 조합원들을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모아, 관리자가 돌아가면서 40~50분씩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휴대전화 통화 등을 문제삼기도 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회사는 이밖에도 2002년부터 노조와 임금교섭이 진행되지 않자 노사협의회를 통해 비노조원들에게만 임금을 올려줬다. 노조가 국가인권위에 이를 제소하자 지난해 초 노조원에게도 뒤늦게 임금을 인상했지만, 올해 또다시 비노조원에게만 임금을 올려줘 노조가 노동부에 진정을 낸 상태다. 회사쪽은 이와 함께 올초부터 노조원이 근무 시간 중 외출하면 이를 파업으로 간주해 임금에서 삭감하고 있다. 심지어 한 노조원은 지난 3월 작업장 환기 문제로 다른 직원과 실랑이를 한 데 대해 20분 동안 파업으로 처리돼 임금이 깎이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2년 노동쟁의 과정의 ‘사내 문란과 폭행’ 등을 이유로 이듬해 2월 노조원 5명을 부당 해고했다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이들을 복직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쪽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냈으며 이들에 대한 복직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노조의 불법집회 등으로 인한 업무방해 등을 들어 노조원 8명에 대해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노동부 권고로 작업장에 설치된 시시티브이 4대는 이미 철거했고, 다른 시시티브이는 직원 감시용이 아니라 회사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노조 쪽에서 노조 사무실을 감시한다고 주장하는 옥상쪽 카메라는 정문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조원을 차별한 적은 없으며, 관리자의 현장 감독은 생산활동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정상적인 절차 없이 임의대로 외출해 수차례 경고를 줬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근무지 무단이탈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 적용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4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복지공단은 하이텍 노동자들의 질환은 조합원에 대한 차별, 감시, 해고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즉각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하이텍알씨디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손해배상소송 중단을 촉구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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