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제안서에 비판여론 활용·TV광고 등 방향 제시
노동계 “반노동적·일방적” 노동부 “그런 의도 없다”
노동계 “반노동적·일방적” 노동부 “그런 의도 없다”
노동부가 ‘노사관계 선진화’ 대국민 홍보 사업과 관련해 사용자 쪽의 부당노동행위 등은 소홀히 다룬 채 노동계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활용하는 것을 홍보 방향으로 잡아 ‘편향’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노동부가 최근 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관계 선진화 턴키 홍보’ 입찰 공고를 보면, 노동부는 입찰 제안요청서에서 “민주노총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활용”하거나 “양대 노총과 여론전에 적극 대응”하는 것 등을 홍보의 주된 방향으로 제시했다. 입찰제안서에는 △노사협력, 양보교섭 확산 △불합리한 노사 관행 개선 △지역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이 4대 과제로 담겼다. 노동부는 이달 말에 홍보전문업체와 13억원 가량의 용역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문제는 ‘홍보 주안점’이 노동계를 자극할만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불합리한 노사문화·관행 개선과 관련해 노동부는 “2008년 민주노총 파업 과정에서 형성된 불합리한 노사문화·관행에 비판적인 여론을 십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이슈 제기”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 파업이 일어나면 “실제 파업사례를 활용해 파업 관행의 불합리성을 집중 조명”하겠다는 식이다. 텔레비전 특집 다큐멘터리, 드라마 간접광고도 활용하자고 했다. 하지만 불합리한 노사관행 중 하나인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다.
2010년 시행을 앞두고 갈등이 예상되는 복수노조·노조전임자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한 대언론 캠페인(양대노총과 여론전 예상)”을 제시했다. 교섭체계 개선방안 등 보완대책이 나오면 ‘노동계의 반대 논리에 적극 대응’한다는 대책도 내세웠다. ‘노사 양보교섭 확산’은 지상파·온라인 매체를 통해 홍보하며, ‘불합리한 노사관행 개선’은 중도·보수 성향의 신문을 통해 홍보한다는 식의 세세한 방향까지 제시했다.
제안서를 보면, 이런 홍보 방향은 “올해 감원·임금삭감 등 경제 불안요인과 맞물려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이 대규모 사회 갈등으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가 올해 초 파업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이런 홍보 방향을 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반노동자적인 정부 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공격하는 등 노동부가 노동자들이 낸 세금을 이용해 반노동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호 한국노총 대변인도 “노동계의 주장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노·정관계를 일방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왕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매년 주요 정책현안의 홍보를 외부용역업체에 맡긴다”며 “일부 표현에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노사관계 선진화 정책을 국민에 널리 알리려는 것 뿐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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