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이행 의지 의심”…조만간 파업 찬반투표 예정
회사쪽 “예상 물량보다 주문 줄어 당장 시행 어렵다”
회사쪽 “예상 물량보다 주문 줄어 당장 시행 어렵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회사 쪽에 지난해 합의한 ‘밤샘근무 폐지(주간연속 2교대) 합의’를 지키라며 파업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자동차 쪽은 주문 물량 감축을 이유로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난 19일 대의원대회에서 참가 대의원 400여명의 만장일치로 주간연속 2교대 정상 시행을 촉구하는 쟁의발생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곧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뒤 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해 9월 ‘노동자 건강을 위해 올해 1월 전주공장, 9월 울산·아산공장의 근무시간을 주·야간 각 10시간에서 주간 8시간, 야간 9시간으로 바꾸되, 회사는 주·야간에 각 10시간치 임금을 주고 노조는 기존대로 연 160만~170만대 생산에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주·야간 10시간씩 공장을 돌릴 물량이 확보되는 것을 전제로 합의했으나, 세계적 경기 침체로 주문이 많이 줄어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회사는 한때 1만7천여대에 이르렀던 전주공장의 주문 대기 물량이 현재 한 달 평균 생산대수의 절반에 불과한 2700여대로 줄었고, 전주공장 고속버스는 재고물량이 1년치(1100여대)나 돼 지난해 말부터 주·야간 각 4시간만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조는 “전주공장의 밤샘근무를 1월에 폐지하지 않는 것은 단체협상 위반이자, 9월 울산·아산공장 시행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며, 회사 쪽의 합의 이행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전주공장 4천여명 가운데 주간연속 2교대 시행 대상인 버스 생산라인 인력은 1천여명뿐이고, 이들이 주·야간 각 8시간을 일하고 추가로 받는 2시간씩의 임금 총액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문제는 각종 경영자료를 부풀리고 합의를 여러 차례 어겼던 회사를 현장 조합원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현황을 공개했는데도 이를 믿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