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사안 구속 잇따라…지난달 기준 140여명
농성장 철거 막았다고 ‘폭력’…“검·경 기업 편들기”
농성장 철거 막았다고 ‘폭력’…“검·경 기업 편들기”
“설 명절인데 구치소 안에 갇혀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컨테이너 농성장에 있을 땐 한사코 내복이 싫다던 분회장이 면회 때 ‘춥다’면서 내복을 넣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금속노조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 최현기(33) 분회장과 고희철(36) 사무국장이 구속된 지 열흘째인 23일, 이효진(25) 선전부장은 “사무국장이 아이가 태어날 봄이 오기 전에 나와야 할 텐데 …”라며 안타까워했다.
반도체 편광필름 등을 만드는 동우화인켐 평택공장의 사내하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인 이들이 구속된 이유는, 지난 12일 새벽에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려고 들이닥친 평택시청 공무원과 경찰 등 300여명에 맞서 항의했기 때문이다. 공무집행 방해와 폭력, 도로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다 해고된 노조 간부 9명은 지난해 10월부터 회사 앞에서 컨테이너 농성을 벌여왔다.
이 선전부장은 “철거 당시 조합원은 7명뿐이어서 싸워볼 새도 없이 끌려 나왔다”며 “경찰·공무원들이 크게 다친 것도 아닌데 농성장 철거를 막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 쪽으로부터 2억원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한 이들에겐 보석금 마련도 힘겹다. 분회는 구속자 석방을 위한 탄원서 서명운동을 설 연휴 때도 벌일 예정이다.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충남 서산 동희오토 비정규 노동자 최진일(32)씨도 서산구치소 안에서 설을 맞을 뻔했다.
지난해 9월 학력 미기재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된 그는, 12월17일 자신이 속한 사내하청업체 대왕기업의 폐업을 앞두고 이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구속됐다. 다른 비정규 노동자 2명도 함께 구속됐다.
그는 지난 16일 구속 한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최씨는 “구속 때 적용됐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기소 때 빠지는 등 무리한 구속수사였다”고 말했다. 그가 구속돼 있던 지난해 말, 새 하청업체와 한달짜리 ‘초단기’ 재계약을 거부한 동료 21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 밖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들도 ‘갇힌 몸’으로 설을 맞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구속된 노동자는 140여명. 비정규직 투쟁으로 인한 구속자가 절반 이상이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예전 같으면 벌금형에 그칠 경미한 사안도 구속되는 사례가 많다”며 “경제위기에 직접 노출된 비정규직과 정부·기업 사이에서 충돌이 심해지고 이명박 정부 들어 검경의 기업 편들기가 노골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이 밖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들도 ‘갇힌 몸’으로 설을 맞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구속된 노동자는 140여명. 비정규직 투쟁으로 인한 구속자가 절반 이상이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예전 같으면 벌금형에 그칠 경미한 사안도 구속되는 사례가 많다”며 “경제위기에 직접 노출된 비정규직과 정부·기업 사이에서 충돌이 심해지고 이명박 정부 들어 검경의 기업 편들기가 노골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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