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폭력 조직적 은폐’ 확인…“전면 수술” 요구 거세질 듯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13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인천지하철노조 등 일부 단위 노동조합들의 탈퇴 시도까지 겹쳐 민주노총은 전방위적 위기에 직면했다. ‘조직 전면 수술’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는 지난달 4일 사건 공개 뒤 피해자 쪽이 제기했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피해자 쪽 대리인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선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수사 의뢰 여부 등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피해자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외부 여성전문가 3명 등을 포함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22일 동안 사건 관련자와 피해자 대리인을 만나 12차례 진술을 받는 등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 보고서도 공개해, 사건과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밝힐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성폭력 재발 방지책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성폭력 파문이 진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전 전교조 위원장이 개입된 이상 전교조 등으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진상규명특위의 김인숙 변호사는 “몇몇 간부들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한 것이지, 조직 전체 의사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민주노총 ‘위기의 징후’들은 이번 조사 결과 곳곳에서 드러났다. 피해자에게 일방적인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을 두고 “조직 보위 논리가 개인의 삶과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진상조사특위가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1월 벌인 진상조사 활동도 “가해자 처벌에만 그치고 사건 은폐 조장행위를 외면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밖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민주노총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책을 펴내는 등 보수 세력이 총공세를 펴고, 안에서는 인천지하철노조가 최근 민주노총 탈퇴 총투표를 벌이는 등 민주노총은 안팎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민주노총 혁신토론회에선 “내부 곳곳에 암이 자라고 있다”거나 “헌집을 부수고 새집을 지어야 한다”는 등 질책이 쏟아졌다. 다음달 1일 선출될 임기 8개월의 새 민주노총 위원장과 집행부는 ‘진로 점검’과 ‘조직 전면 쇄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아야 하게 됐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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