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증언대회 “불황 빌미로 인력감축”
잉여금 많아도…주로 중소사업장서 ‘칼바람’
잉여금 많아도…주로 중소사업장서 ‘칼바람’
“사내 문제로 파업 한 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노사간 신뢰가 높았어요. 그런데 지난 6일 회사 게시판에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이 붙었죠.”
기아자동차에 머플러를 납품하는 경기 화성의 ‘포레시아 배기시스템 코리아’에서 일하는 김민용(31)씨는 13일 “지난해 12월부터 순환휴업을 하고 학자금·연월차수당도 나중에 받겠다고 했는데도 결국 돌아온 건 정리해고”라며 참담해했다. 김씨는 “그동안 노조와 회사가 믿고 지내는 사이였는데도, 회사가 주문량이 줄었다며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갔다”고 했다. 회사는 지난달 30명을 정리해고하겠다는 신고서를 노동부에 냈다. 이미 희망퇴직을 신청한 21명까지 더하면 사원 135명의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민주노동당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연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 전담 증언대회’에선 경제위기의 희생양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자동차 내연기관용 피스톤을 생산하는 경기 안산의 동서공업 노동자들도 해고 위기에 놓였다. 조경일 동서공업지회 쟁의부장은 “물량 감소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회사가 51명의 정리해고를 신고했다”며 “해고를 제외한 어떤 고통분담 방안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엔 현재 123억원에 이르는 이익잉여금이 있고, 생산라인 19개 가운데 18개가 돌아간다”며 “경제위기를 틈타 인력 감축을 단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비게이터 제조업체인 서울 자티전자는 권고사직을 요구하다 대량 징계에 나섰다. 임동석 자티전자 분회장은 “지난 1월 회사가 38명의 사직을 요구해 사원들이 노조를 꾸려 반대하자, 분회장을 해고하고 27명을 정직시켰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당했다는 동명모트롤지회, 임금을 넉 달째 받지 못했다는 케이엠에이치(KMH)분회 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금속노조 이정희 정책국장은 “회사 쪽은 정리해고 이외의 고통분담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말 현재 금속노조 가입 사업장 242곳 가운데 구조조정이 진행된 사업장은 199곳으로 82%에 이르며, 이 가운데 76.2%가 3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 2월 이후 26개 사업장 4천여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을 겪거나 압박을 받고 있다”며 “기업들이 경제위기를 돌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노동자부터 해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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