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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특수고용 노동자 죽었는데 ‘해고유연성’ 노래하는 정부

등록 2009-05-15 21:17수정 2009-05-16 00:06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를 꾸린 공공운수연맹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금호아시아나 사옥 근처인 서울 광화문 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택배기사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면서 “금호 자본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호그룹은 대한통운의 대주주로서, 고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은 ‘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무더기 계약 해지’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를 꾸린 공공운수연맹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금호아시아나 사옥 근처인 서울 광화문 역사박물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택배기사들의 ‘원직 복직’을 촉구하면서 “금호 자본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호그룹은 대한통운의 대주주로서, 고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은 ‘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무더기 계약 해지’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노동부 ‘제명압력’ MB ‘유연성 확대’ 2중 압박
노동계 “노동3권 인정해라”…오늘 노동자대회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택배기사, 화물 지입차주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운수노동조합, 한국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 등에 특수고용직 조합원을 제명하라고 ‘자율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하면 ‘법외 노조’로 규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와 노동계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 “특수고용직, 노조에서 내보내라” 올해 들어 두 차례 건설·운수·건설기계 노조들에 시정명령을 한 노동부는 “오는 23일까지 특수고용직 제명 이행 여부를 보고하라”고 통지했다. 조합원을 모두 합치면 8만4천명에 이르는 이들 노조에는 택배기사, 덤프트럭·레미콘 기사, 화물 지입차주 등 특수고용직 3만2천명이 가입해 있다.

노동부의 이런 조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건설협회가 지난해 10월 노동부에 진정을 낸 뒤 나왔다. 김경선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이 노조에 가입한 것은 노조 설립 신고서 반려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들 노조가 자율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노조 아님’ 통보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노조 지위가 박탈돼 온전한 노조 활동이 불가능하게 된다.

■ 노동계 강경투쟁 예고 노동계는 편파적인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레미콘 기사 13명이 2000년 건설노조 전신인 ‘건설운송노조’의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이후 7년 동안 정부는 노조의 합법성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정권이 바뀌자 하루아침에 방침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한통운이 계약 해지한 택배기사들의 재계약(복직) 투쟁을 이끌다가 목숨을 끊은 박종태 화물연대 지회장의 죽음도 노동계의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운수노조 화물연대는 16일 대전시 정부대전청사 인근 시민공원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노동부의 노조 탄압 중단 △택배기사 전원 재계약 △운송료 삭감 중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15일까지 전국을 돌며 총파업 투표를 마친 건설노조도 17일 개표를 한 뒤, 27일 상경 투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선다. 김금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동고동락했던 레미콘·덤프트럭 기사들을 내보낼 수 없다”며 “파업을 해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16일 박 지회장이 숨진 대전에서 특수고용직의 노동권 인정을 촉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 태도 돌변한 노동부 특수고용직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아 노조라는 우산 아래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래야 사업주와 자유롭게 교섭하고 산업재해보험 등에 가입하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도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2007년 여당 의원들과 함께 특수고용직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일부 직군 특수고용직에게 산재보험 문호를 개방하기로 하는 등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자 특수고용직 대책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허원용 노동부 고용평등정책관은 “특수고용직 관련 입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노동 유연성 문제를 연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유연성 확대 정책’과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 유연성 확대’는 해고 유연성, 곧 해고의 자유만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금철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정부엔 적어도 특수고용직을 보호하는 방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특수고용직을 자영업자로 고착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 특수고용직, 해법 없나?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노동법)는 “특수고용직의 노조 가입을 막는 것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며 “근로자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막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 협약은 군대와 경찰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결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제노동기구 회원국 182개국 가운데 149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지만, 한국은 제반 여건 미비를 이유로 비준을 미루고 있다.

87호 협약의 취지에 맞춰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 10명은 기존의 근로자 범위를 넓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포함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발의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인정하지는 않되 노동자의 법률상 권리는 주자는 ‘특수근로종사자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해 발의했다. 김 의원은 “6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노동 유연성 확대’ 드라이브에 한나라당이 묶여 있어, 입법 전망은 불투명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일컫는 이들을, 정부는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한다. 실제 노동과정에서 사용자의 통제를 받지만 고용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자영업자라는 이유에서다. 레미콘·덤프트럭 기사, 화물 지입차주,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노동부 조사 결과 70만~10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간병인, 텔레마케터 등 새 영역으로 확대되며 늘어나는 추세다.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계약을 해지하기 쉽고 노동조합 협의 등도 할 필요가 없어 사용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면서도 해고 요건이 규정된 여느 노동자와 달리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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