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전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남문광장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 1만5천여명의 화물차주로 구성된 화물연대는 이날 집회를 하고 총파업을 결의했다. 대전/연합뉴스
경찰, 화물연대 ‘무더기 연행’…연대파업 기름 붓는다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지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특수고용직 노동권 보장 문제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결정한 가운데 16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시민 457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된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대규모 연행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이자 일방통행식 노조 탄압을 감추기 위한 의도된 폭력”이라며 총파업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 무더기 연행 사태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는 16일 오후 4시30분께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대전 중리동 네거리를 거쳐 박 지회장의 주검이 안치된 대전중앙병원까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저녁 6시30분께 대한통운 대전지사까지 진출하려다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를 뚫은 뒤 대한통운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저녁 8시20분께 해산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곧바로 진압작전을 펴 시위대가 대거 연행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서울에서 내려온 임영기(39)씨는 “대한통운 앞 집회를 마치고 가려는데, 전경 한 명이 대나무(만장 깃발)를 들고 쫓아와 전경버스에 몰아세운 뒤 얼굴과 오른쪽 팔다리를 수십 차례 때렸다”고 주장했다.
박혜영 민주노총 법률원 차장은 “비에 젖은 연행자 80명을 대전 서부경찰서 강당 안에 남녀 구분 없이 수용하는 등 경찰이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다”며 “새벽 3시까지 모포와 물 한 모금 주지 않아 연행자 대부분이 감기 몸살 증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7일 성명을 내어 “집회장을 먼저 떠난 차량의 탑승자 전원을 연행하고,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우비나 조끼를 입은 사람을 잡아들이는 등 경찰이 ‘함정 연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대나무를 이용한 불법집회가 이어지면서 경찰 부상자가 속출했고, 경찰버스·진압장비 등을 부수거나 빼앗는 등 집회가 도를 넘어서 검거자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밤까지 대전 동부경찰서 등 5곳에서 연행자를 조사했으며, 사진 채증 자료 등으로 가담 정도를 따져 사법 처리 수위를 가릴 예정이다.
■ “총파업 앞당긴다” 화물연대는 노동자대회에 앞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택배기사 전원 복직 △노동3권 보장 △운송료 삭감 중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정호희 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정부와 대한통운 등 사쪽과 대화한 뒤 추이를 지켜볼 방침”이라며 “파업을 계획 중인 건설노조 등과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노동자대회 대회사에서 “6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을 가급적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화물연대 파업을 필두로 노동계의 전면적인 투쟁이 예상된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산별노조의 임단협이 6월에 집중된 만큼 연대파업의 형식을 띨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노동자가 아니어서 파업권이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토해양부는 17일 “2003년 이후 7차례 집단행동으로 경제에 피해를 입혔음에도 화물연대가 또다시 불법 집단 운송거부를 하려 한다”며, 집단행동에 참여한 화물차주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차량 시위 때 운전면허 정지 △화물운송자격 취소 등의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통운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광주지사의 택배 수수료(920원)는 다른 곳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택배사업자 개인과의 협의는 문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대전/오윤주 기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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