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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산별·임원 직선제로 변해야 산다

등록 2005-05-23 19:32

 지난 16일 한국노총에서 이용득 위원장이 노조간부들의 비리 근절을 위한 외부회계감사제 도입 등 조직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대책에는 ‘각급 임원 선거제도 개선’ 등 한국노총 거듭나기의 핵심 사안이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노총 제공
지난 16일 한국노총에서 이용득 위원장이 노조간부들의 비리 근절을 위한 외부회계감사제 도입 등 조직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대책에는 ‘각급 임원 선거제도 개선’ 등 한국노총 거듭나기의 핵심 사안이 빠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노총 제공

거듭나야 할 노조, (하) 문가 제언 버려야 산다

“노동계가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인 화두에 눈감은 이기적 대기업 노조의 귀결인 것 같기도 하고…”

23일 오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며 서울 대학로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막 시작하려던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단 그만이 아니다. 두 노총 간부들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노동계를 향한 싸늘한 여론”과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은 비리”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도덕성’의 회복이 노동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란 인식도 널리 퍼지고 있다.

두 노총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주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국노총은 △외부 회계 감사 도입 △비리 연루 간부에 대해 임원 진출 봉쇄 △노조간부 재산 공개 등의 자정 방안을 밝혔다. 민주노총도 내부고발센터와 간부행동강령을 만들기로 했다. 조만간 종합적인 추가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두 노총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조차 두 노총의 이런 대책이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의 대책에는 ‘단위 노조에서 산별로 권한을 이전하는 방안’이, 한국노총에는 ‘인적 청산을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 방안’이 뒷전으로 밀려 있는 탓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자금과 조직, 권한이 큰 대공장 노조의 비리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이들 노조의 권한을 산별노조로 이양하는 게 핵심”고 강조했다. 김원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도 “상급 단체의 감사권을 확립해 단위 노조의 비리를 감시해야 하고, 이는 기업별노조 체제를 산별노조 체제로 변화시키는 지렛대의 구실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진단도 비슷하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동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기업 노조의 이해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해 나설 수 있어야 도덕성 추락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라 밖의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별노조는 단기적 이익 창출에만 매달리는 사쪽과 유착이 심해지면서, 생산의 성과물은 물론 부조리까지 나눠 갖는 경향이 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사 쪽의 전유물이었던 채용 비리의 일부를 나눠 가진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산별노조 강화’라는 근본적 대책이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대기업 노조나 노조원들이 여전히 변화에 소극적이다. 노동계 내부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이 굳게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현실은 더욱 난감하다. 전문가들은 조합원이 수만 명인 산별 위원장을, 단위 노조위원장들이 지명한 불과 100~200명의 대의원들이 뽑는 제도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부패 간부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비리와 장기 집권의 주범으로 꼽히는 ‘각급 위원장 간선제’에는 아직 손도 댈 수 없는 형편이다. ‘자정’의 핵심 과제인 ‘인적 청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는 이유이다.

두 노총 지도부가 현실적 힘의 한계에 부닥쳐 구멍난 대책을 내놓으면서, 단병호·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 노동계 주변 인사들로부터는 ‘결연한 의지’로 “자복과 반성 운동”을 하고, “대대적인 정풍 운동이라도 먼저 벌여야 한다”는 절박한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 가운데도 “‘봉합’은 해결이 아닌 더 큰 위기의 불씨이기에, 아예 이 참에 곪은 상처가 모두 다 드러나야 한다”는 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시간은 ‘약’이 아니라 ‘독’”이라는 두 노총 지도부의 자각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고 있다. ‘방파제’를 제때 쌓지 않는 한 ‘비리의 파도’는 노동계를 끈질기게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끝>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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