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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해고자 100여명 “나만 살지 않겠다”

등록 2009-06-22 13:48수정 2009-06-22 13:52

쌍용자동차가족 대책위원회 가족들이 옥쇄파업 31일차인 21일 오후 경기 파주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쌍용자동차가족 대책위원회 가족들이 옥쇄파업 31일차인 21일 오후 경기 파주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평택/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000명에 가까운 노동자 해고로 촉발된 쌍용자동차 파업이 21일로 31일째를 맞았다. 회사는 50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1670명의 희망퇴직을 받고도 976명의 해고 방침을 그대로 추진중이다. 70m 높이의 굴뚝에서는 노동자 3명이 39일째 농성중이고, 비해고 노조원 2명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새 차들이 줄지어 서 있어야 할 출고장은 텅 비어 있다. 31일째 평택공장에서 파업중인 1000여명의 노동자들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회사 모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TAGSTORY1%%]

쌍용차 파업 한달…‘평택 이야기’ 넷

비해고 파업참여 최씨
‘끝까지 함께 가자’ 약속 지킬것


■ “나만 살지는 않겠다”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최상호(40·가명)씨는 비해고 쌍용차 노동자다. 그러나 그는 파업이 시작된 지난 5월22일부터 아내, 두 아이와 함께 공장 안의 천막에서 살고 있다. 올해로 20년차 경력인 최씨는 남은 이유에 대해 “동료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 기간에 같은 부서에서 열심히 일하던 후배 2명이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들은 정말 유능하고 성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과 술 마시며 약속했다. “나만 살지는 않겠다. 함께 고생해왔는데 끝까지 함께 살자”고. 현재 평택공장의 파업 현장에는 최씨와 같은 비해고 노동자가 100여명가량 있다.


가족대책위원장 주부 이씨
노·노갈등 부추겨 너무 속상해

■ “비해고자들도 미안하대요” 평범한 주부였던 이정아(38)씨는 최근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모임인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얼떨결에 그렇게 됐다.

“20여 가족이 참여해요.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는데 지금은 잘해요.” 청와대 앞 삼보일배와 정치인 면담 등 이들은 늘 쌍용차 파업의 맨 앞에 서 있다.

이씨는 지난 16일 파업중인 공장에 들어가려던 회사 쪽 임직원 대열에서 남편의 동료 둘을 보고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씨가 그들에게 “다음에는 나오지 마세요”라고 말했더니 그들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임신 8주 아내 유산 김씨
8년만에 둘째 정말 좋아했는데

■ 둘째 아이를 잃고… 지난 19일 조립 4팀의 김아무개(37)씨의 아내는 임신 8주 만에 유산했다. 파업중인 공장을 잠시 떠나 평택의 한 병원에 다녀온 그는 20일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운명을 건 파업 때문에 “입덧이 심해 밥도 못 먹는다”는 아내를 챙겨줄 수가 없었다.

둘째는 내 집을 장만한 뒤에 낳자고 약속했고, 지지난해 겨우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이제 아이를 잃었고 일자리도 잃을 위기다. “첫째를 가진 지 8년 만에 둘째를 가져서 아내가 정말 좋아했는데, 많이 서운해하네요.”


아들·사위 둘다 잘린 이씨
‘일자리 지켜달라’ 매일 기도

■ 아들도, 사위도 20일 이아무개(63·여)씨는 박카스 두 상자를 들고 쌍용차 평택공장을 찾아왔다. 5년차 쌍용차 노동자인 아들과 15년차 노동자인 사위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들은 모두 해고됐고 지금 파업 현장에 있다. 이씨는 “회사가 어려우니 임금은 깎을 수 있겠지만, 일은 계속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차라리 내가 죽어서 아이들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죽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씨는 아들과 사위를 만나지 못한 채 박카스 두 상자를 파업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고 떠났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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