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낮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대량 해고 중단과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한국방송> 기간제사원협회 소속 사원들 앞으로 견학 온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규직 전환 모범돼야 할 공공기관이…
“이병순 사장 연임 보장받으려는 의도”
“이병순 사장 연임 보장받으려는 의도”
“설마 공영방송사가 우리를 해고하려 할 줄은 몰랐어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니 열심히 일하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
<한국방송> 시청자서비스팀에서 일하는 김미정(가명·36)씨는 22일 그동안 회사가 법을 지킬 거라고 믿었다며 허탈해했다. 해마다 7월1일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연봉계약직 사원인 김씨는 최근 회사 방침에 따라 다음달 정들었던 직장을 떠날 처지에 놓였다. 한국방송에는 김씨 같은 연봉계약직 노동자가 420여명 있다.
다음달 1일 비정규직법에 따라 2년 이상 고용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을 앞두고, 한국방송이 연봉계약직 사원들의 대규모 계약 해지를 추진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방송 기간제사원협회는 22일 오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인 한국방송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 대량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며 “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방송은 연봉계약직 사원 420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해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현행 계약을 유지하는 사원은 30여명뿐이라고 기간제사원협회는 밝혔다. 사원협회는 “159명은 자회사 이관, 222명은 순차적으로 계약 해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 무렵, 정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8만4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방송은 공공성이 강하지만 언론기관의 특수성 때문에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재훈 한국방송 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대량 해고는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 사내에선 이번 구조조정을, 이병순 사장 취임 이후 줄곧 추진해온 예산 절감 방안의 일환이자, 보수 정치권의 한국방송 구조조정 요구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방송 관계자는 “이번 대량 해고는 이 사장이 현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적극 발맞춤으로써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올 11월 이후 연임을 보장받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강선규 한국방송 홍보팀장은 “이번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만료란 법적 문제에 직면해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이유 외에도,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회사 방침은 24일 오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종영 이문영 기자 fandg@hani.co.kr
남종영 이문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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