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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정규 복직 도왔다고 ‘따돌림 당하는 정규직’

등록 2009-07-02 19:52수정 2009-07-02 22:31

울산 현대미포조선 김석진(49)씨
울산 현대미포조선 김석진(49)씨
현대미포조선 김석진씨의 기막힌 사연
노조 “대의원 결정 어겨” 징계
밥 먹을때 반장이 따라붙기도
“회사 명예훼손” 2개월 정직뒤
돌아오니 ‘비난 펼침막’ 내걸려

울산 현대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 김석진(49)씨는 매일 아침 6시40분께 집에서 회사로 걸어서 출근한다. 오전 7시께 동쪽 출입문에 도착하면 아반떼 차량이 50여m 뒤에서 따라온다. 이 차는 그가 일하는 장비운영부 기계정비팀 현장 사무실에 도착하면 사라진다. 동쪽 출입문에서 현장 사무실로 걸어가는 20분 동안 그에게 말을 거는 이는 없다. 작업장 방향이 같아서 한 번씩 말을 나눴던 한 동료도 어느 날부터 못 본 척한다.

탈의실이 있는 현장 사무실에 도착하면 펼침막 3개가 그를 맞는다. 펼침막에는 ‘우리 삶의 일터를 망하게 하는 자와는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등 인신공격성 문구가 적혀 있다. 펼침막 아래엔 장비운영부 기계정비팀 일동이라고 적혀 있지만, 기계정비팀의 한 동료는 “나는 펼침막 문구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어느 날 출근해서야 펼침막이 걸린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펼침막 1개는 지난 2월에 걸렸다. 올해 1월 밤중에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맞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가 치료를 끝내고 복귀한 시점이다. 당시 김씨는 현대중공업 소각장 굴뚝에 올라간 노조 간부 2명의 농성을 지지하다가 굴뚝 아래서 진보신당 관계자들과 함께 폭행당했다. 노조 간부 둘은 2003년 1월 폐업으로 해고된 사내 하청업체 용인기업 노동자 30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중이었다. 이 농성의 결과로 현대미포조선 노사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월9일 용인기업 노동자 전원 복직에 합의했다.

나머지 펼침막 2개는 5월에 걸렸다. 지난해 9월~12월 사내에서 용인기업 노동자들의 조기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처분을 받은 뒤 복귀한 때였다. 이에 앞서 김씨는 1997년 노동운동과 관련해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대법원 판결로 2005년 8월 복직했다.

김씨는 현장 사무실 근처 작업장에서 오전 작업을 마친 뒤 운동을 하고 낮 12시20분에 5분 거리의 구내식당에 반장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간다. 반장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으니 혼자 먹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장은 못 들은 척한다. 복직한 5월부터 거의 날마다 반장은 김씨의 점심시간을 챙긴다.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당한 현대중공업 노조와 노선을 함께 하는 현대미포조선 노조도 지난 3월 김씨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5년 동안 박탈하는 권한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씨가 ‘점심시간 집회와 선전활동을 중단하라’는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직원들에게 펼침막을 붙이거나 김씨를 미행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며, 왕따는 김씨가 자초한 것”이라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김씨는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펼침막을 떼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쪽이 여섯 달째 방치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를 회사 쪽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돼 곧 회사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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