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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법개정은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않겠다는 메시지”

등록 2009-07-03 07:08수정 2009-07-03 15:24

한국산재의료원과 보훈병원 등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보훈복지공단 앞에서 비정규직 해고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모습이 셔터가 내려진 공단 유리문에 비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산재의료원과 보훈병원 등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보훈복지공단 앞에서 비정규직 해고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모습이 셔터가 내려진 공단 유리문에 비쳐 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법시행 유예한다고 해도 논란 고스란히 남아
정부는 고용위기 강조하며 비정규직 해고 앞장
정부 “비정규직 줄이면 지원금” 기업에 신호 줘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쟁점과 해법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 ‘시행 유예’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법 개정에 실패해 비정규직 수십만명이 해고 위험에 놓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일부 야당과 노동계에선 ‘애초 법 취지대로 정규직 전환에 최선을 다하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법 시행에 따른 혼란에 대해선 서로 ‘네 탓’이라고 공방한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근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느낌이다. 전문가들을 통해 관련 쟁점 3가지를 짚어봤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 위기의 실상 정부·여당은 ‘당장 수십만 비정규직이 실직 위기’임을 강조한다. 최근 보훈병원, 한국토지공사 등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계약해지(해고)를 실제 사례로 든다. 그러나 비정규직들이 계약해지당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번 법안의 영향을 받는 비정규 노동자는 많아야 5만명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비정규 노동자 840만명 가운데 ‘2년 뒤 정규직 전환’ 규정의 적용을 받는 기간제 노동자는 230만명이다. 이 가운데 고용기간 2년을 넘긴 노동자는 50만명으로 추산되고, 보통 계약연장 비율이 10%임을 고려하면, 법안 시행이 유예되지 않아 해고 위험에 놓인 노동자 수가 약 5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김 소장은 “결국 기간제 노동자 5만명 혜택을 놓고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는 셈”이라며 “나머지 비정규직의 80%에 대한 얘기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내세워 ‘해고’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오히려 이 법을 핑계로 비정규직 다수를 내보내도록 하는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공공 부문 효율화’ 방침과 비정규직법 개정 움직임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계약해지에 나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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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유예는 ‘위기 연장’일 뿐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2007년 법 시행 뒤) 2년의 예고 기간에 아무것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법 시행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유예하자’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법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더구나 법 시행을 ‘유예’한다고 해도 지금의 논란은 고스란히 남는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2006년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노동계가 해고 우려를 제기했고 정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고 약속했는데 전혀 안 했다”며, 2년 뒤에도 정부가 차별 시정이나 정규직 전환 촉진 등 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유예’를 핑계로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은 “정부는 무조건 유예하겠다고만 하는데 그 이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은 왜 내놓지 않냐”며 “비정규직 양산이나 지나친 고용유연화는 기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한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말라’는 메시지 라며, 노동부와 정치권은 오히려 애초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내세웠던 입법 취지가 거짓말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전문가들은 “최대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 등을 최대한 늘리되,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해고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2년 이상 된 비정규직이 있는 사업장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비정규직 문제를 몇 년 뒤로 연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장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기업들한테 사회보험료 감면과 정규직 전환 지원금 등을 통해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을 늘린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차별시정 신청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애초 비정규직법이 목표로 한 ‘차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기업의 고용 관행이나 임금 체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영기 연구위원은 “비핵심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기업의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며 “오래 일해도 특별한 숙련·기능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의 경우 고용을 보장하되 인건비는 크게 늘리지 않는 식으로 노사 합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쓴소리를 내놨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계도 분명 비정규직 문제를 나 몰라라 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비정규직법의 본격 적용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면 올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 등을 보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정규직이 일부 분담하라거나,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노동부가 지급하는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대상에 비정규직도 같이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비정규직 울리는 비정규직 보호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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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랑 김소연 길윤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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