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노동자 기쁨도 잠시 ‘회사는 폐업’
“원청업체가 원하면 업체명·사장 바꿔 운영”
“원청업체가 원하면 업체명·사장 바꿔 운영”
2005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불법 파업을 벌인 이유로 해고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정당한 파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지만, 하청업체들이 폐업해 버려 돌아갈 곳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하청업체 소속이지만 사실상 원청업체가 ‘간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노동계는 분류한다.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아산 사내하청지회’는 2004년 5월부터 하청업체 ㅅ기업과 교섭하다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였다. 이때 연대 파업을 벌였던 같은 지회 소속 ㅈ·ㅇ기업 노동자 강아무개씨 등 3명도 이듬해 1월 작업장 이탈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강씨 등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1·2심 재판부는 “해당 사내하청업체만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해야 하는데 사내하청지회 전체가 해서 노조법 위반이며, ㅅ기업의 인원 축소 문제로 파업한 것은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동정파업”이라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관련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찬반투표를 통해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한 것은 노조법 절차를 적법하게 이행한 것”이라며 사내하청지회의 교섭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뒤늦게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이들의 회사는 이미 없어졌거나 판결 직후 폐업했다. ㅅ기업은 지난해 8월 폐업했고, ㅇ기업은 지난달 30일 폐업한 뒤 이름을 바꿔 달았다.
직접 고용 때 발생하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을 피하려고 이처럼 여러 기업들이 관련 업무를 사내하청업체나 노동자 파견업체로 돌려 ‘간접 고용’을 하고 있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부장은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6개월~1년 단위로 계약 해지와 갱신을 반복하고, 수시로 하청업체를 폐업하거나 바꾼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근속연수가 승계되지 않고 퇴직금도 중간정산돼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에 빠진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또 “‘업체장 정년 만 58살’ 등을 담은 ‘사내협력업체 관리규정’을 운영하면서 하청업체를 거듭 바꾸고 있다”고 현대차를 비판했다. 지난달 30일엔 울산공장 14곳, 아산공장 3곳, 전주공장 1곳 등 현대차 하청업체 18곳이 폐업했다고 금속노조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개인 회사를 어떻게 현대차가 간여하느냐”며 “그런 관리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고용불안을 겪는다”며 “대법원의 판결마저도 한낱 휴짓조각에 불과한 것이 비정규직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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