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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사 대화 물꼬 트면 ‘일자리’ 있다

등록 2009-07-06 13:52수정 2009-07-08 18:47

확대가능
다시 생각하는 쌍용차 해법
사쪽 “976명 한명도 예외없다”던 기존 태도서 달라져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으로 45일째 생산을 멈춘 쌍용자동차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무관심 속에 노사의 폭력 충돌 양상만 부각되고 있다. 최소한 양쪽 주장의 근거나 현실성을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기회조차 실종된 상태다. 쌍용차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 타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1. 정리해고 아닌 다른 대안은?

쌍용차가 밝힌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2646명, 전체 직원의 37%다. 이미 1640여명의 명예퇴직에 이어 회사가 남은 노조원 976명의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며 노조는 ‘생존권을 지키는 파업’에 나섰다.

진전이 없지는 않다. 노조는 “정리해고와 파업의 동시 철회 및 고통분담 논의”를 이미 밝혔고 회사 쪽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노조가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며 거부하긴 했지만,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지난달 18일 “정리해고 유예, 파업 철회”에 이어 지난달 26일엔 ‘인력 구조조정 종결방안’을 제시했다. 976명 중 200명은 2012년까지 무급휴직 및 재고용을, 450명은 추가 명예퇴직 신청을, 나머지 320명은 분사와 영업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2012년 이후 필요인력이나 현재 잉여인력 산정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회사의 태도가 다소 달라지고 인력기준도 엇갈리는 만큼 노사 대화만 시작된다면 협상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회사의 논리가 궁색하지만,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다’는 기존 태도는 바뀌었기 때문에 노조 쪽은 교섭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쪽은 이미 명퇴자가 대거 빠진 현시점에서 정리해고 대신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진전된 안을 내놓고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리해고 대안으로 △무급휴직 확대 △1인당 작업시간 조정을 통한 ‘워크 셰어링’ △노조의 추가 고통분담 등을 내세운다. 무급휴직 확대가 이후 기업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복직이 안 되면 영구휴직으로 간주하는 ‘레이오프 리콜 제도’ 등 여러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위기를 돌파했던 독일 폴크스바겐과 대량해고를 감행했던 지엠은 지난해 위기 뒤 자동차산업 재편에서 명암이 완전히 엇갈렸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문제 정부해결 촉구! MB악법 저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문제 정부해결 촉구! MB악법 저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 정부 개입 필요하나?

정부 “법적 개입여지 없다” 손놔
채권단에만 맡겨두면 해답 없어

정부는 “법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노사 대립만 있으면 정부가 해결해준 탓에 이제까지 노사 자율모델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라며 “쌍용차 문제는 구조조정을 하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쌍용차의 위기는 인력 과잉보다 더 중요한 요소들이 쌓인 결과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대주주인 상하이차의 투자 약속 외면 등에 따른 경쟁력 저하와 이해 당사자들간 불신이 더 큰 문제”라며 “6년 전 매각 당시 돈 문제만 따졌던 정부에 큰 책임이 있는데 이제 와서 채권단에만 맡겨두면 해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물린 돈을 어떻게 받느냐가 가장 큰 문제지, 개입할 여지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침묵엔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나 정부 책임론 재부상 우려, 지엠대우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경제학)는 “최종 법정관리 지속 여부가 9월에 정해지는 만큼 법정관리를 이유로 정부가 중재조차 할 수 없다는 논리는 빈약하다”며 “현재 자동차산업을 갖고 있는 나라 가운데 지난해 위기 이후 정부가 개입을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3 지원 방법은 있나?

신차 개발비 지원…지역보증펀드…
노사정, 회생지원방안 머리 맞대야

정부는 쌍용차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미국 정부가 지엠에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조건으로 지원하는 것처럼, 쌍용차가 디젤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영전략을 편다는 전제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세계무역기구 협약을 보면, 연구개발과 중소기업 지원은 ‘보조금 금지 규정’에서 예외다.

산업은행의 지원도, 구조조정 펀드나 부품사를 살리기 위한 지역보증펀드에 참여하는 방식 등 여러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채민 지경부 차관은 “쌍용차는 창원 엔진공장 경쟁력이 뛰어난데다 비교적 빚이 적고 확보해놓은 부동산도 적잖아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선 “어려운 기업마다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지금 노사 대결 사태를 보면서 어떤 국민들이 공적자금 지원에 동의하겠냐”며 “규모를 떠나 스스로 소비자에게 기여하지 않는 것이 쌍용차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 개입=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도식에서 정부나 노조 모두 벗어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무급휴직을 늘리려면 노동부가 고용 특별대책 지구를 융통성 있게 적용해 최대한 지원 폭을 확대할 수도 있고, 자동차산업 내수 진작에 붓는 돈을 노사관계에도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정장선 의원(민주당)은 “우선 산은이 신차 개발비와 명퇴금 지급 등에 필요한 회생 운영자금을 지원해야 상황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의 대규모 퇴직자들을 고려해 정부가 사업장 주변을 ‘특별 고용복지 지역’으로 선포라도 해야 회사 쪽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데, 지금은 정부가 파산으로 가는 것을 방치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홍용덕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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