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쪽, 공장 정문 봉쇄
파업 60일째를 맞은 19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앞. 파업 노동자 진료를 위해 찾아온 의료진 등 14명이 100여명분의 의약품이 든 상자를 내려놓은 채 회사 쪽에 “인도적 차원의 진료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소속된 의사 4명과 한의사 2명, 심리치료사 2명, 간호사 2명, 약사 1명,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었다.
그러나 정문 안의 회사 쪽 직원 20여명은 “들어가려면 법원에 가서 허락 받아 오라”며 문을 걸어잠갔다. 의사 이상윤씨가 나서 “경찰과 회사 쪽에서 의료진의 신분을 확인하면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따지자 “평택서장을 데려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료진들은 정문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고, 도장공장 안의 노조원들은 카이런 자동차를 불태우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회사 쪽 직원들은 오후 6시께야 의사 2명의 공장 진입을 허용했다.
공권력 투입을 위한 경찰의 두 차례 대책회의가 열리는 등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회사 쪽은 지난 16일부터 공장 안으로 음식물도 전혀 넣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경찰도 10여개 중대 1000여명을 공장 주변에 배치해 평택공장 안으로 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서울 구로정비지회 한 조합원의 아내인 배정숙(40)씨는 “남편이 마른반찬 하나로 식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회사는 겉으로만 대화를 말하면서 파업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울먹였다. 회사 쪽 관계자는 “음식물 차량의 도장공장 출입을 허용하면 사태가 더 장기화할 뿐”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음식물과 의료진의 출입 통제에 앞서 평택시에 단수까지 요청했으나, 평택시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크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대화의 물꼬는 트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정장선 의원(민주당)이 노사 양쪽의 대화를 주선하려 평택공장을 방문했으나 역시 회사 쪽 반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송명호 평택시장도 지난 10일과 14일, 노조와 박영태 공동관리인을 각각 만나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수락했으나, 회사 쪽은 답을 미루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회사 쪽이 대화를 원하지 않으며, 경찰력을 투입해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쪽은 20일부터 비해고 노조원들과 관리직 3000여명을 동원해 평택공장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