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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가 재벌에 봉사하는 시대”

등록 2005-05-25 18:53수정 2005-05-25 18:53

최장집 교수 “노동운동의 위기는 민주주의 위기”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가 “실질적 민주주의 퇴보를 낳은” 현 정부의 노동·사회 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25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민주주의와 한국의 노동’이라는 글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적어도 제도·절차적 수준에서는 크게 발전했지만 (불평등의 심화 등) 실질적 민주주의의 기준에선 그 발전이 현저히 퇴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의 민주정부들은 스스로 권위주의 정부보다도 더 성장-재벌 중심적인 경제·사회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사회적 약자 계층의 지지로 선출된) 민주정부들이 스스로 시장원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탈정치화와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파트너로서 국가의 정책이 그에 봉사하는 ‘재벌-국가 동맹’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노동운동이 자리잡을 여지는 매우 좁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보다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정책 목표가 담겼던 정부의 ‘비정규직법안’를 예로 들며, “현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기업계의 완강한 보수적 견해와 다를 바 없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노동운동은 ‘원치 않는 참여’와 ‘투쟁’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와 위기에 빠져 있다”며 “노동운동의 위기는 바로 민주정부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이는 민주주의를 배반하거나 무능한 정부 정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70년대 미국 유에스철강회사 노조원들의 월평균 임금이 대학 교수들보다 많았다”며 “노동귀족이나 노-노대결이니 하는 담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노동운동을 향해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중소기업의 여성·이주 노동자 등의 이익을 하나의 조직 내에서 어떻게 대표할 수 있을지 △고전적인 생산직 노동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노동이 생계의 중심적 수단이 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온건 현실주의적 노선을 어떻게 견지할지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노동’이라는 발제를 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실증적 연구를 통해 “현재 노조 조직률은 70년대 이래 가장 낮고,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는 빠른 속도로 악화하는 이른바 ‘노동의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인권에 대한 책무를 망각한 ‘민주정부의 무능’과 변화하는 상황에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해 온 ‘노동운동의 무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 동안 실질임금이 인상되고 노동 시간이 단축됐으며 민주노총과 산별노조가 건설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고용의 질과 소득분배 구조는 외환위기 이전은 물론 80년대 초반보다 악화됐다고 밝혔다.? 6s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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