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나선다더니…
유일한 촉진정책 사라져
유일한 촉진정책 사라져
정부가 세제 개편안에서 정규직 전환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없애기로 해, 비정규직 해소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세액공제는 재정 여력이 넉넉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계약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대신,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았던 핵심 대책 가운데 하나였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2009년 세제 개편안’을 보면,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1인당 30만원씩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이 제도는 지난해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 때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비정규직 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마다 30만원씩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재정부는 이 제도를 통한 정규직 전환 유인 효과가 한 해 1만3000여명에 그쳐 정책 실효성이 미미했다고 폐지 사유를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공제액이 모두 40억원 수준으로 세액공제를 통한 정규직 고용 유인 효과가 미미했다”며 “또 원칙적으로 세제 지원을 통한 고용 유인 효과는 크지 않아 연장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폐지는 지난달 27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정규직 전환 독려 의지를 표명한 것에 크게 어긋난다. 당시 이 장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 지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세액공제 혜택을 올해로 끝내지 않고 연장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혀왔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나마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 촉진 정책으로 남아 있던 제도를 폐지한 것은 정부가 정규직화를 독려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부가 정규직화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또다른 ‘폐지 사유’로, 앞으로 신설될 정규직 전환 지원금과 중복될 우려를 꼽았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5억원은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노동계는 추경예산에 편성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즉각 집행할 것을 요구해왔지만, 정부·여당은 관련법 개정을 전제로 편성된 예산이라며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2년 이상 계약을 맺은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비정규직법 조항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을 유인할 정부 정책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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